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던 일본의 10개 전력회사 가운데 5개사가 흑자를 냈다. 원전을 운영하지 않고도 전력회사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전력회사와 아베 신조 총리 등이 주장하는 원전 재가동론이 흔들리고 있다.
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4~9월 결산에서 1,416억여엔(1조5,350억여원)의 흑자를 냈다. 일본 내 원전 50기중 11기를 보유한 간사이전력도 같은 기간 315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들 회사가 영업흑자를 낸 것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처음이다. 전력회사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자체가 원전 가동을 허가하지 않자 화력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이 증가해 적자를 냈다. 그러자 전력회사들은 원전을 재가동해야만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원전 재가동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4~9월 결산에서 전력회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탈원전과 원전 재가동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도쿄전력 등은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 것이 실적 개선의 이유라고 주장한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9월 가정용 전기 요금을 인상해 4~9월 매출이 1,770억엔 늘었고 이 때문에 흑자가 났다면서도 흑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히로세 나오미 도쿄전력 사장은 "여름에 전력 소비가 늘었기 때문에 이익이 난 것"이라며 "연말에는 각종 보수 공사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흑자를 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처리 비용이 3조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원전 재가동 없이는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 도쿄전력의 주장이다.
구조 조정을 통해 기업 체질을 개선한 것도 경영 개선에 한 몫 했다. 실제로 도쿄전력은 올해 졸업자 채용 보류, 인건비 및 퇴직수당 삭감 등을 통해 550억엔의 경비를 줄였고 발전소 수선비 절감 등을 통해 추가로 367억엔을 아꼈다. 전기 요금 인상보다 방만한 경영에 대한 혹독한 구조조정만으로도 상당 부분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전력회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원전 재가동을 추진해온 아베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각종 강연회에서 "원전 제로로도 충분히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며 탈원전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는 터키와 원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외적으로 적극적인 원전 세일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도 "일본 내 원전 재가동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 향후 정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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