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서글서글한 눈매로 인사를 건네왔다. 싱긋 미소를 그려내는 얼굴에 매력이 묻어났다. 잘 생겼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동네 미남' 정도라 할까. 얼굴을 무기로 카메라 앞에 서려는 배우 지망생들이 넘쳐나는 충무로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외모다.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주군의 태양' 등이 그의 경쟁력을 증명했지만 의문은 남았다. 이 스물 여섯 살 청년은 연예계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30일 개봉한 '노브레싱'을 보며 물음표가 가셨다. 수영에 젊음을 건 두 남자 고교생의 우정 어린 경쟁을 그린 이 영화는 서인국의 필살기가 무언지 가늠케 한다. "샴푸 바꿨구나" 등 기름기 어린 대사들과 상투적인 장면들이 바통을 잇는 '노브레싱'은 그의 몸을 빌려 청춘물 특유의 생기를 얻는다. 자르지 않은 삼겹살 덩어리를 집게로 입에 우겨 넣으며 청량한 웃음을 발산하거나 고탄성의 용수철처럼 튕기듯 물 속으로 빠져드는 그의 모습은 약동하는 싱그러운 청춘 자체다. 아마 우리는 배우 서인국의 얼굴을 오래 자주 볼 듯하다.
서인국은 '노브레싱'에서 수영 선수 원일을 연기했다. 세계적 수영 선수인 우상(이종석)을 숨은 실력으로 놀라게 하고 정은(권유리ㆍ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역할이다. 수영 솜씨를 뽐내야 하는 연기를 위해 그는 "촬영 전 3개월 정도 하루 2,3시간을 수영장에서" 보냈다. "은둔형 수영 천재이니 남다른 수영 자세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마이클 펠프스(올림픽 금메달 18개를 목에 건 미국 수영 선수)의 영상을 보며 연습을 했다." 몸을 만드는 다른 운동을 하고 밤 12시쯤 수영 훈련까지 하니 "너무 힘들어서 몸이 부서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는 그에게서 승부욕이 진하게 풍겼다.
서인국은 "원일이라는 인물 자체가 되고 싶었다.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에 욕심을 냈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은 키도 크고 비율도 좋은데 전 몸이 안 예쁘다. 그래도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고도 했다. "제가 쓸데 없이 승부욕이 강해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족구를 하다 '개 발'이란 놀림을 당한 적 있어요. 죽어라고 혼자 벽을 이용해 연습을 했죠. 골반에 무리가 가 일주일 동안 걷기 힘들더군요. 한 번씩 발동 걸리면 제가 그래요."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케이'의 제1회 최종 생존자다운 면모다.
스스로를 미남으로 여기냐 묻자 단호한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아니죠~!" 그는 "('주군의 태양'의 쇼핑몰 보안팀장) 강우를 연기할 때는 멋있는 척하기 힘들었다. 공실(공효진)이 저보고 '잘 생겼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 전 '이거 큰일 났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잘 생기진 못했는데 나름 개성적인 매력이 있는 듯하다"며 자신의 장점을 드러냈다. "여러 감독님들 만날 때마다 잘 생긴 얼굴은 아닌데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고 칭찬해주세요. 사람 냄새 나게 다양한 인물을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라고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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