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그래비티'는 1일 200만 관객 고지를 넘어섰다. 예상을 뛰어넘은 흥행 성과다. 우주를 배경으로 단 두 명의 인물을 등장시킨 이 영화의 이야기 줄기는 무척 단출하다. 부서진 인공위성 파편 때문에 조난 당한 우주인이 지구로 생환하는 과정이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첨단 촬영기술을 적절히 활용해 빚어낸 극적 긴장감과 볼거리가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광활한 우주와 지구의 풍경은 뭇 관객들의 시신경을 압도할 만하다. 당연히 3D상영관을 찾는 관객 비중이 다른 영화보다 높다. 특히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한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그래비티'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개봉 초기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보기 위한 관객들이 예매 경쟁을 펼치면서 명절 기차표 예매처럼 인터넷 브라우저의 새로 고침 단추를 여러 번 클릭했다는 영화광이 여럿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31일까지 이 영화를 본 관객 수는 197만5,16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다. 아이맥스로 이 영화를 접한 사람들은 22만1,789명으로 전체 관객 중 11.2%를 차지한다. 국내 아이맥스 상영관은 전국 통틀어 11곳에 불과하다. '그래비티'의 전체 상영관 수는 1,635개이니 1%도 안 되는 상영관에서 10%가 넘는 관객을 불러모으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매출을 따지면 마력(魔力) 수준이 된다. '그래비티'가 아이맥스 상영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34억7,085만원(10월 31일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188억241만원)의 18.5%에 이른다. '그래비티'는 아이맥스 상영을 발판 삼아 자신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소원' (259만1,094명ㆍ177억4,179만원)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232만2,362명ㆍ171억5,193만원)의 매출을 앞질렀다. 평일 1만6,000원, 주말 1만7,000원 하는 티켓 값(일반 상영관은 보통 평일 8,000원, 주말 9,000원이다)의 힘이다. 아이맥스가 '그래비티'에겐 황금알을 낳는 숨은 시장인 셈이다.
아이맥스(IMAX)는 1970년 캐나다에서 개발된 상영기술이다. 아이맥스는 사람이 볼 수 있는 최대의 영상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지닌 'Eye Maximum'을 변형한 단어다. 아이맥스 상영관은 국내에는 85년 63빌딩에 첫 도입됐다. 63빌딩 아이맥스 상영관은 스크린 크기가 가로 25m 이상의 GT(Grand Theater) 형태로 '원조 아이맥스'라 할 수 있다. 멀티플렉스에 위치한 아이맥스 상영관은 아이맥스의 대중화를 위해 GT형태를 변형한 것으로 스크린 사이즈가 25m 미만이다. GT형 아이맥스 상영관은 아이맥스 전용 영화만 상영할 수 있으나 멀티플렉스 아이맥스 상영관은 여느 영화도 상영 가능하다. 멀티플렉스 아이맥스 상영관은 관객이 좀 더 저렴하게 다양한 영화를 아이맥스로 즐길 수 있도록 까다로운 기술적 조건들을 완화해 극장 문턱을 낮춘 것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아바타'의 흥행이 멀티플렉스 아이맥스 상영관의 대중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다.
국내 멀티플렉스 아이맥스 상영관은 2005년 CJ CGV 용산점과 인천점에 첫 개관했고 전국 11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이맥스 마니아들 사이에선 CGV 왕십리점 아이맥스 상영관이 '성지'로 통한다. 가로 22m 세로 13.3m(98평 가량)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 된 이곳에서 '그래비티'는 개봉 첫 주말(10월 29~20일) 좌석점유율이 91.3%에 달하기도 했다. 가장 규모가 큰 아이맥스 상영관은 울산시의 CGV삼산점에 위치하고 있다. 스크린 크기만 104평(가로 24.4m 세로 14.1m) 규모다.
아이맥스 상영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명당 자리는 따로 있을까. 김대희 CJ CGV 홍보팀 과장은 "관객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아이맥스를 자주 접하지 못해 대형화면이 익숙지 않은 관객은 뒤쪽 자리(보통 J열 포함한 뒤쪽), 입체감을 좀 더 즐기고 싶은 '중급 수준'의 관객들은 중간 자리(보통 G~I열), 아이맥스의 극단적인 입체감과 시각 효과를 즐기는 마니아 관객은 앞 자리에 가까운 E~F열이 명당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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