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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현대차 빼면 지표 별로… 가계빚 탓 소비위축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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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현대차 빼면 지표 별로… 가계빚 탓 소비위축 심각

입력
2013.11.0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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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회복국면으로 턴 어라운드한 것 같다."(10월 27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1.1% 성장을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경기가 성장 경로대로 가고 있다."(10월 25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최근 한국은행이 3분기 경제성장률(속보치)을 전기 대비 1.1%, 전년 동기대비 3.3%로 내놓은 후 두 경제 수장의 발언이다. 한국 경제가 긴 부진의 늪을 지나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1일에는 10월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낭보도 전해졌다.

그런데 이런 소식은 대부분 국민들에게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물론 이제 막 장작에 불을 붙였으니 구들장이 따뜻해지려면 한참 남기는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이 시작된다고 해도, 가마솥만 펄펄 끓을 뿐 방바닥은 별로 따뜻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심화

일차적인 이유는 수출과 내수의 심각한 불균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의 비중이 1990년 27.6%이었으나 2007년 41.9%로 처음 40%를 넘었고 2010년에는 52.4%, 지난해는 56.5%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반면 내수는 심각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7% 성장에 그쳤고, 설비투자는 마이너스였다. 1일 발표된 국내 완성차 업체 5사(현대ㆍ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의 10월 판매실적도 해외 판매량이 4.9% 증가한 반면 국내 판매량은 1.7% 감소했다. 특히 현대ㆍ기아자동차의 경우 10월 내수 판매량이 각각 6.4%와 3.9%나 떨어져 심각한 내수 부진을 반영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경제성장이 수출대상국의 경기에 좌우된다.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서서히 끝나가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회복 국면으로 돌아서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하지만 수출이 잘 되고 성장률이 회복된다고 해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같은 내수로 연결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체감하기는 어렵다.

가계부채, 삼성전자ㆍ현대차 쏠림 극복해야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는 가계부채가 지목된다. 올해 6월말 현재 개인 가처분 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은 역대 최고(136%)였던 지난해를 뛰어넘은 137% 수준으로 추정됐다. 98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를 지난해 1년간 개인 가처분소득(717조6,000억원)으로 나눈 수치다. 빚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민간소비는 부진을 면할 수 없다.

설비투자도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가 점차 해외 생산비중을 늘리면서 국내에서는 매우 부진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해외 생산 비중은 80%가 넘고, 현대자동차도 60%에 육박한다. 매년 대규모의 투자를 하지만 주로 다른 나라에 하고 있다. 두 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상장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0년 18.6%에서 2012년 5%까지 떨어졌는데,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2010년 18.0%에서 2012년 3.7%로 더 낮아졌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두 회사를 제외한 지표를 별도로 내놓아야 체감 경기를 파악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까지 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조금 회복된다고 해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고 보면 별볼일 없고 내수는 심각하게 위축돼 있어 체감하기가 어렵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복지지출 증가와 가계부채 해결로 민간소비를 진작하고 장기적으로는 양질의 숙련노동자를 양성해 이들이 새로운 성장산업을 일으키는 주역이 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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