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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농사만 짓던 거친 손으로 또박또박 한글에 삶의 애환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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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농사만 짓던 거친 손으로 또박또박 한글에 삶의 애환 담아

입력
2013.11.0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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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누가 울은 눈물인가. 정관님, 글 몰라 우는 눈물이다. 글 몰라 남몰래 우는 눈물바다.'(정관님 할머니ㆍ78), '살림이 궁한 시절엔 쌀이 없어서 국수를 삶아서 지사(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보리를 베다 마당에 쌓아 놓고도 지사를 모셨다.'(이범순 할머니ㆍ92)

충북 옥천군 안내면의 '사랑방'에 다니는 할머니 24명이 1일 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살아온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문집 를 펴냈다.

인생의 황혼기에 한글을 깨친 평균 연령 80세의 할머니들은 206쪽, 125편의 작품 속에 삶의 애환을 서툴지만 진솔하게 풀어냈다. 정 할머니는 이날 옥천문화원에서 열린 문집전시회에서 "내 이름과 생각을 글로써 자유롭게 표현하게 돼 여한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자라는 이유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사랑방'을 통해 '까막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랑방'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사업에 선정돼 4월 문을 열었다. 할머니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모여 한글을 배웠다. 어느덧 편지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키운 할머니들은 내친 김에 자신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문집을 만들기로 했다. 17세부터 시작된 시집살이의 고달픔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자신을 감싸줬던 남편에 대한 애틋함 등이 문집에 실렸다.

할머니들을 지도한 황예순(47) 강사는 "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할머니들의 고단했던 삶과 글을 깨우치고 나서 느낀 감동과 환희 등을 투박한 필체로 담았다"며 "따뜻한 어머니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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