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완고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40대에 무신론자가 된 저자는 10대 시절 성적 호기심에 가득 찼지만 번번이 알 기회를 차단당했다. 결국 교회를 떠나 다양한 사람들과 성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하면서 의문을 품게 된다. "섹스에서 종교를 없앤다면?", "섹스에 종교가 끼어드는 게 도움이 될까?", "종교를 떠나면 성생활은 어떻게 바뀌는가?" 그는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을 섭렵한다.
'종교는 어떻게 인간의 성을 왜곡하는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성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모든 종교에 신랄히 메스를 가한다. "섹스에 대한 심판관이라도 된 것처럼 동성애를 격렬히 반대하고 혼전 순결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기독교, 아직도 '히잡'이라는 굴레에 여성을 가두어놓고 사랑을 찾아 떠난 여동생을 찾아내 살인하는 이슬람교…."
종교의 이 같은 태도는 2,000년 전에 작성된 '성 지도(Sexual Map)'를 현대인들에게 강요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자위를 더러운 것으로 보고, 동성애를 죄로 여기고, 혼전 순결에 집착하고, 여성을 남성을 위한 성도구로 인식하는 등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수많은 종교들의 가르침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한다. 종교는 인간이 지킬 수 없는 섹스 규율을 강요한 뒤 그것을 어긴 사람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어 그 수치심을 씻기 위해 종교에 다시 집착하게 되는 '죄책감 사이클'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유지, 확장해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종교는 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역설적으로 종교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성추문이 발생하고 있다고 힐난한다. 결론적으로 시대착오적이고 모순이 가득한 종교의 성적 억압에 맞서 인간의 지식과 이성으로 작성한 새로운 성 지도를 작성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종교, 섹스를 먹고 자라는 나무', '예수는 자위를 했을까?', '신이 없다면 인간은 모두 정상이다', '신이 없는 섹스를 즐겨라' 등 책의 소제목에서도 보듯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적잖게 불편해지고 혼란스러웠다. '여성과 섹스를 혐오하는 신에게 정면 승부를 제안하는 가장 뜨거운 종교 비판서'라는 저자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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