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교실 뒷벽에 붙어있던 주기율표에 대한 기억은 그저 딱딱하다. 아무런 질서도 알아차릴 수 없는 원소기호의 나열은 이유불문하고 무작정 외워야 하는 교과서의 어느 페이지와 다름없었다.
주기율표에 얽힌 비밀을 얘기해주는 사람이 누구도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때문에 주기율표의 재미는커녕, 무엇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주기율표에 등장하는 원소를 직접 수집하면서 함께 갈무리해뒀던 원소의 숨은 이야기를 풀어놨다. 돈과 권력의 원천이었던 금(Au)에 얽힌 역사, 금을 찾으려고 소변을 증발시키다 우연히 인(P)을 발견한 연금술사의 사연, 인상파 화가들이 물감의 원료로 주로 사용한 카드뮴(Cd) 이야기 등 주기율표를 텍스트로 한 원소들의 문화사가 흥미롭다.
책은 흥미를 돋우기 위해 제30대 미국 대통령 캘빈 쿨리지가 독가스인 염소(Cl)가스로 독감을 치료한 사연, 탈륨(Ti)으로 살인한 범죄자를 다룬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한 토막 등을 소개한다. 김정혜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발행ㆍ544쪽ㆍ2만원.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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