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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바둑계는 17세 소녀 '최정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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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바둑계는 17세 소녀 '최정 시대'

입력
2013.11.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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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최정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 10여 년 간 국내 여자 바둑계 부동의 1인자로 군림해 온 박지은이 열일곱살 소녀장사 최정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난달 30일 전북 부안 줄포갯벌생태관에서 벌어진 제6기 여류기성전 결승전에서 최정이 박지은에게 승리,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날 대국에서 박지은은 특유의 두터움으로 중반 무렵까지 우세를 유지했지만, 종반에 접어들면서 최정이 끈질기게 추격전을 펼쳐 아슬아슬하게 1집반 역전승을 거뒀다.

최정은 입단 이듬해인 2011년 여류기성전에 첫 출전해 곧바로 결승까지 진출, 당시 국내 여자 바둑계를 석권하고 있던 '철녀' 루이나이웨이와 맞대결을 펼쳤으나 아쉽게 반집을 져 준우승에 그쳤는데 2년 만에 드디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최정은 현재 2연패 중인 여류명인에 이어 여류기성까지 차지해 명실상부한 여자 바둑계 최강자의 위상을 굳혔다.

특히 이번 결승전은 개인적으로는 국내 여자 랭킹 1위 박지은과 2위 최정의 첫 타이틀매치이자, 2012년 루이나이웨이가 중국으로 돌아간 후 무주공산이 된 국내 여자 바둑계 맹주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신구 세대 대표주자들의 첫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바둑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최근 국내 여자 바둑계는 박지은(30), 조혜연(28), 김혜민(27) 등 기존 강자들이 차츰 노쇠현상을 보이면서 최정(17), 오정아(20), 박지연(22) 등 젊은 신예들이 새로운 강자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번 최정의 승리로 세대교체 현상이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3대 여자기전 가운데 여류명인전과 여류기성전이 최정의 영토로 편입됐고, 여류국수전은 지난해 우승자 김혜민이 본선 탈락한 가운데 박지은, 조혜연, 이슬아, 김혜림, 오정아, 오유진, 김신영, 김채영이 8강에 올라 있다. 한편 여류명인전에서는 오정아와 박지연이 도전자결정전을 벌여 최정에 대한 도전권을 다툰다.

최정은 1996년생으로 2010년 입단, 이듬해 지지옥션배서 남자 시니어를 상대로 8연승을 기록해 큰 관심을 끌었고, 8월에는 명인전 사상 최초로 여자기사가 본선에 진출하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여류명인전 우승에 이어 올해 타이틀을 방어했고, 지난 4월 황룡사쌍등배서 막판 3연승으로 한국에 우승을 안겼다. 또 인천 실내무도아시안게임 한국 대표로 출전해 혼성페어와 여자단체전에서 은메달 두 개를 목에 걸었다.

현재 국내 랭킹은 108위, 여자기사로는 박지은(99위)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최정이 36승22패(승률 62%)로 박지은(20승15패, 승률 57%)을 크게 앞서고 있어 머지않은 장래에 추월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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