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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2일] 자유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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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1월 2일] 자유주의자

입력
2013.11.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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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들로부터 가끔 이념적 성향을 묻는 질문을 받는다. 어떤 이는 진지하게 묻고 어떤 이는 농담처럼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약 10초 정도 망설이다가 "자유주의자에 가까운 회색분자입니다"라고 대답한다. 대답하지 않는 게 어색해서 그렇게 대답하는 거다. 그런데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자유주의자라고 밝히는 순간 나의 자의식은 소수자의 그것이 되는 것을 느낀다. 나뿐만 아니라 지금 이 땅에서 자유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자랑스러운 대답이 아니다. 외려 어딘지 좀 궁색하고 처량한 대답처럼 느껴진다. 어쩌다가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포지션이어야 할 자유주의가 소수의 위치가 되었을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조장하는 어떤 극단성 때문이라고 짐작은 하지만, 이걸 정치적으로 분석하는 것 역시 궁색한 일로 치부되기 십상이기에 다만 이 정도로만 말하려고 한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무의식은 아직 초딩의 의식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보자. 초딩들은 친구들을 막아서고는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어느 편이라는 대답을 듣고서야 그의 위치를 정해준다. '나는 어느 편도 아니야'라는 의식은 초딩들의 의식 수준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 역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이 불우한 통찰 때문에 나는 자주 우울하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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