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56) 전 경기경찰청장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31일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이날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청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모두 "관련자 진술이 모순되거나 일관성이 없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이 전 청장은 경찰 고위 간부가 별개의 사건으로 두 번에 걸쳐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가 모두 무죄를 받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 전 청장은 2008년 "제일저축은행 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유 회장에게 현금 3,000만원을, 태백시장에 대한 수사 무마 명목으로 유 회장 측 브로커에게 1,0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5,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그는 2003년 경기 안산경찰서장 재직 당시에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2005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복직했다.
이 전 청장은 이날 무죄 확정 판결 뒤 "2005년 복직 뒤 (검찰이) 벼르고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받았는데 기어코 내게 돈을 줬다는 유 회장의 진술만으로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검찰은 이제라도 잘못된 수사권과 공소권 행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외쳐온 자신에 대한 거친 표적수사였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전 청장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등 추가 소송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명예가 회복된 이상 지긋지긋한 소송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복직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닌 만큼 후배 경찰관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처신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치안정감인 이 전 청장이 경찰에 복귀하면 경찰 인사 구도는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 전 청장이 직위 해제 상태여서 치안정감 다섯 자리 중 하나인 경찰대학장을 치안정감 승진후보자가 맡고 있는데, 이 전 청장이 복귀하면 경찰대학장이 당분간 치안정감으로 승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금형 경찰대학장은 지난 3월 여성 첫 치안정감 승진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아직 임용장은 받지 못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안정감 인사권자는 대통령이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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