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공론화가 될지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30일 출범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의 한 위원은 고개를 내저었다. 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 2명이 출범식 직전, 위원장을 뽑는 회의 도중 돌연 퇴장과 함께 '위원회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애초 15명으로 꾸려졌던 위원회는 일단 13명으로 닻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출범 첫날부터 파행을 빚게 된 사연은 이렇다.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문제 삼았다. 과거 전력을 볼 때 정부측 추천 인사 일부의 인선이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부실조사 및 은폐 의혹이 제기됐던 경주 방폐장 부지선정과정에 참여했던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한테 초점이 맞춰졌다.
시민단체 위원들은 이의제기를 하려 했지만 발언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임시 운영위원장을 맡은 정부측 인사는 "이견이 없으면 만장일치로 홍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자"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결국 홍 교수는 일사천리로 위원장이 됐다. 마치 사전에 각본이 있었던 것처럼. 양이 처장은 "정부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위원장 선출 과정을 보면서 더욱 굳어졌다"고 말했다.
'방사능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는 우리나라 국책사업 역사상 가장 뜨겁고 험난한 과제가 될 수도 있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소통을 통해 국민의견을 공론화해야 할 위원회는 정작 내부소통조차 하지 못해 시작부터 '반쪽'출범을 자초하게 됐다. 논란이 있는 인사를 꼭 위원장에 앉혔어야 했는지, 굳이 모양새를 구기게 그렇게 밀어붙였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자리를 박차고 나간 시민단체 측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본격 논의가 개시되기도 전에 불참의사를 던진다면, 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얘긴지. 싸워도 안에서 싸웠어야 했다. 국책사업마다 퇴장, 사퇴, 거부가 자꾸 이어지니까 시민단체를 보는 시선도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판을 깨는 사람들'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한 위원은 "시민단체 인사 3명 중 2명이나 빠져 공론화위원회의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돌아와서 정부 감시 역할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래저래 공론화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김정우 산업부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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