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추진해 온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시작한 이 사업이 틀어지면서 박근혜정부의 유라시아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스관 연결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어떻게 할거냐'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질의에 "양국간에 잘 되지 않는 사업은 중장기 계획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 "러시아와 추진하고 있는 경협사업 중에 정리할 것은 정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공식석상에서 남북러 가스관 사업의 재검토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은 북한을 통과하는 파이프를 깔아서 육로로 러시아 가스를 운송하는 방식(PNGㆍPipeline Natural Gas)이 바다를 통해 배로 싣고 오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비해 경제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시작됐다. 이를 통해 북한을 경제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했다.
이에 따라 2006년 한러 양국이 협정을 맺었고 수임기관인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이 2008년 양해각서, 2011년 로드맵에 서명해 올해 말에는 PNG도입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한러 양국은 당초 2017년 PNG 도입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평가 결과 러시아 사할린의 PNG 품질이 국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러시아가 올해 들어 PNG가 아닌 LNG 수출에 치중하면서 PNG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와 만나 사할린의 PNG를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한국이 아닌 홋카이도(北海道)에 수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장관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 "우리 정부가 '용인이다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다"면서 "과거 샌프란시스코 조약 등에 의해 여러 국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우리의 동의 없이 행사될 수 없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마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태도여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윤 장관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일본이 보통국가냐, 전범국가냐'고 묻자 "유엔헌장에 적국조항이 남아있지만 실질적 의미가 없다"며 "독일을 포함해 2차대전 당시 적국이 큰 문제 없이 실질적으로 유엔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2차 대전 당시 전쟁범죄에 대해 철저한 반성을 하고 있는 독일과 과거사 부정에 나서고 있는 일본의 처지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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