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측과 검찰이 RO(Revolution Organization) 내부 제보자가 녹음한 70시간 분량 음성 파일의 증거 능력을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31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의원 등 7명의 공동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신청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없다며 증거 채택에 반대했다.
앞서 검찰은 이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핵심 증거로 44차례에 걸쳐 녹음된 70시간20분 분량의 음성파일 47개를 증거로 신청했다. 이 파일은 RO의 실체를 제보한 이모씨가 2010년 7월부터 녹음한 것으로 1~11번째 파일은 이씨가 스스로 녹음해 국정원에 제보했고, 12~44번째 파일은 국정원이 법원으로부터 통신제한조치허가서를 받은 후 이씨를 시켜 녹음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이씨가 국정원 수사관을 만나 제보 의사를 밝힌 뒤 녹음기를 사달라고 부탁했고, 수사관이 '적발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면서 녹음기를 건네는 등 국정원의 의지와 노력 하에 1~11번째 녹음이 이뤄졌기 때문에 불법 감청"이라고 주장했다. 12~44번째 녹음파일에 대해서도 "통신비밀보호법 상 수사기관이나 통신기관만이 감청을 할 수 있는데, 국정원이 일반인에게 장비를 줘 대화를 녹음하는 등 증거 수집 과정이 위법해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수사기관이 구속 수감자에게 휴대폰을 제공해 통화하도록 시킨 후 녹음한 통화 내용은 불법감청에 해당돼 증거가 될 수 없다는 2010년 10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반면 검찰은 "1~11번째 녹음은 제보자가 찾아왔을 때 국정원도 어떤 내용을 제보할지 알수 없었기 때문에 국정원이 녹음을 하도록 직접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사기관의 감청은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집행을 주재한다는 뜻으로 직접 녹음을 해야한다는 의미는 아닌 만큼 제보자의 12~44번째 녹음도 증거능력을 갖췄다"고 맞섰다.
검찰은 녹음파일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증거임을 입증하기 위해 녹취록 작성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 8명 등 4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RO 내부 제보자는 검찰이 증인신청서에 실명을 밝히지 않아 다음 공판준비기일에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7일 한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연 후 12일부터 정식 공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첫 공판은 국민들의 관심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촬영과 생중계도 허용할 방침이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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