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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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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유쾌한 반란

입력
2013.10.3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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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도 안 하고 봤는데 너무 재미있네요."

경기 의왕시에 사는 주부 박수진(35)씨는 KBS 수목극 '비밀'의 열혈 팬이다. 밤 10시만 되면 세 아이를 제쳐두고 거실의 TV 앞에 앉는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라는 그녀. "뻔한 이야기지만 느슨하거나 처지지 않고 늘 새롭다"는 평까지 내놓는다.

실제로 '비밀'의 이야기 틀은 단순하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남자친구 안도훈(배수빈 분)을 7년 간 뒷바라지한 여자 강유정(황정음 분)이 검사 임용을 앞둔 그가 교통사고를 내자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 쓴다. 그간 수많은 드라마에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버려진 여자와 출세에 목마른 남자의 갈등이 큰 축. 결말은 굳이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럼에도 현재 지상파 방송 3사의 평일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지난 24일 16.3%(이하 닐슨미디어 제공)로 자체 최고 시청률도 기록했다.

'비밀'에는 최근 드라마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세 가지도 없다. 높은 몸값의 톱스타나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내로라 하는 스타 작가 그리고 참신한 내용. 하지만 보란 듯이 한류스타 권상우를 앞세운 MBC '메디컬 탑팀'과 스타작가 김은숙에 아이돌 그룹 멤버 등으로 무장한 SBS '상속자들'을 가볍게 젖혔다. 어떻게 이런 성과를 얻었을까.

KBS 드라마국 PD들은 "'비밀'은 의외의 성과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비밀'의 유보라 최호철 작가는 장편 드라마를 단 한번도 써본 적 없는 신인이다. 유 작가는 2011년 KBS TV 단막극 극본 공모 최우수상 출신으로 '태권, 도를 아십니까' '저어새, 날아가다' '상권이' 등 KBS '드라마 스페셜'의 단편 드라마 극본이 전부다. 최 작가는 2003년부터 방송사의 극본과 영화 시나리오 공모에서 다수 수상한 경력뿐 단편 드라마조차 집필한 적이 없다. '비밀'은 작년에 그가 KBS 미니 시리즈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아 세상에 나온 작품. 한 KBS PD는 "신인 작가들은 극본 공모를 통해 '드라마 스페셜'로 데뷔하면서 장편으로 가는 초석을 다진다"고 설명했다.

'비밀'의 연출을 맡은 이응복 PD도 단편 드라마를 주로 연출하며 기본을 닦았고, 지난 1월 15%의 시청률로 마친 KBS 월화극 '학교 2013'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긴박한 장면들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출력이 장점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도 신인 발굴의 성과라는 데 동의하며 "극본과 연출력이라는 기본에 충실해 성공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부한 멜로 공식에 미스터리와 추리를 결합해 흥미로운 영상을 만들어냈다"며 "의외의 성과가 아니라 준비된 성과"라고 덧붙였다.

세상에 두려울 것 없었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방황하는 재벌 2세 조민혁(지성 분),사랑하는 남자의 배신과 아이의 죽음으로 버티기 힘든 강유정의 하루, 진실이 밝혀질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출세욕을 버리지 못하는 안도훈 등은 우리의 고달픈 삶과도 자못 닮아 있다. 윤 교수는 "특히 치유 받고자 하는 우리시대의 정서를 잘 보여주고 보듬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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