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 기반이 극히 취약한 북한 시 관련 자료들을 집대성한 '북한 시 총서'가 처음으로 발간됐다. 쌓아놓으면 책 두께만 27㎝, 책값만 36만원에 달하는 전 여섯 권(소명출판사 발행ㆍ사진)이다. 이상숙 가천대 글로벌교양학부 교수 외 9명의 국문학, 한국학, 일본학, 중국학 분야 전문 연구자들이 한국연구재단 지원 하에 프로젝트 팀을 꾸려 3년간 매달린 끝에 완성된 성과다.
북한 시는 자료 접근이 어려워 연구 성과가 거의 축적되지 않은 국문학계의 불모지. 연구책임자인 이상숙 교수에 따르면 작품도 "재미없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어엿한 한국어로 씌어진, 간접적으로나마 북한 사회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문학작품인 데다 향후 통일문학사 연구를 위해 아무도 연구하지 않아서는 안 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고된 작업에 나선 연구팀은 국내 도서관은 물론 러시아 모스크바대, 중국 옌볜대, 일본 도쿄대까지 현지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 샅샅이 훑어 1945년~2010년 발표된 북한 시 작품들과 관련 비평들을 발굴, 정리했다. 1, 2권에는 구희철부터 홍현양에 이르기까지 북한 대표 시인 50명을 추려 각 시인별 중요도에 따라 5~30여편의 작품을 실었다. 편편이 개별적으로만 소개되던 작품들이 한데 묶인 것도 드문 일이지만, 이들 시인들이 북한 문학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를 보여주는 비평들을 함께 실어 처음 소개한 데 의의가 있다.
3, 4권에서는 북한의 시문학 관련 주요 비평문과 작가의 창작 방향을 제시ㆍ제한하는 공산당의 강령, 규약, 결정서, 보고문, 문예이론 등을 수록했다. 5권은 기존 북한문학사에서 시문학사 관련 부분만 추려 북한학계의 문학사에 맞춰 재구성했으며, 6권은 연구팀이 학술대회 등을 통해 산출한 북한 시문학 연구 성과를 묶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