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악 독주곡 형식으로 서양 음악에 소나타가 있다면, 한국 전통음악에는 산조가 있다. 산조는 기악 연주자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아주 느린 진양조로 시작한 장단이 점점 빨라져 중모리, 중중모리 지나 자진모리, 휘모리로 마치기까지 쉬지 않고 한달음에 연주하는 긴 음악이다. 곡에 따라 30~50분이 걸린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아쟁 등 악기마다 산조가 있고, 같은 가야금산조라도 가락을 짠 사람, 즉 작곡가에 따라 '아무개류'로 구분한다. 산조 한바탕을 짜는 것은 연주자들이 꿈꾸는 필생의 위업이고, 이미 있는 산조를 온전히 익혀 자기만의 것으로 재창조하는 것 또한 기량과 연륜을 갖춰야만 가능한 일이다.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5일 시작하는 '지천명 산조 축제'는 이 멋진 음악을 한자리에 모아 줄이지 않고 통으로 감상하는 공연이다. 대개는 주요 장단만 골라 짧게 연주하곤 한다. 3주 동안 매주 화, 수, 목, 금, 총 12회 무대를 펼치는데, 지천명(50세) 즈음의 중견 연주자 12명이 나와 여러 유파의 산조를 연주한다. 프로그램 첫 주는 가야금산조, 둘째 주는 거문고산조, 셋째 주는 아쟁산조다. 일정과 연주자, 연주할 유파는 다음과 같다.
5일 김일륜(최옥삼류), 6일 곽은아(김윤덕류), 7일 류지연(김죽파류), 8일 이지영(서공철류)
12일 허윤정(한갑득류), 13일 조경선(한갑득류), 14일 오경자(신쾌동류), 김선옥(한갑득류)
19일 박희정(박종선류), 여미순(김일구류), 김영길(박종선류), 이태백(박종선류).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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