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높이를 자랑하는 동부가 흔들리고 있다. 트리플 타워를 이루는 김주성(205㎝), 이승준(204㎝), 허버트 힐(202㎝)이 좀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견고한 수비는 온데간데 없고 무늬만 '동부산성'이 됐다.
동부는 시즌 초반 4승1패로 순항했다. 결과는 좋았어도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장신 선수 세 명이 엇박자를 내며 높이의 우위를 크게 살리지 못했다.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 또한 뻑뻑한 느낌이 들었다.
그 결과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최근 3연패를 당해 4승4패로 30일 현재 7위까지 내려앉았다. 리바운드는 평균 33.4개를 잡아내 전체 6위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빅맨'이 없는 KCC(35.9개)와 LG(35.1개)보다 적다. LG는 아직 대형 신인 센터 김종규(207㎝)를 기용하지 않고 있다. 또 5번째로 많은 평균 77.5점을 내줬다.
이충희 동부 감독은 "아직 뻑뻑한 것이 사실"이라며 "원래 가드보다 빅맨 선수들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키 큰 선수들끼리 뛸 때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 팀이 시즌을 잘 치르기 위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동부는 2년 전에도 '동부산성'을 구축했다. 당시에는 김주성과 로드 벤슨(207㎝), 윤호영(197㎝)이 함께 뛰었다. 세 명 모두 높이와 스피드를 겸비했고, 궂은 일도 잘했다. 활동 반경도 넓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올해 트리플 포스트는 2년 전과 선수 구성은 물론 색깔도 다르다. 이승준은 수비력이 떨어진다. 몸 싸움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어 외곽을 자주 맴돈다. 올 시즌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힐 역시 수비가 약하고 체력 또한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믿을 만한 김주성을 오래 투입할 수밖에 없다. 김주성은 경기당 풀타임에 가까운 평균 35분35초를 뛰고 있다. 이에 반해 힐은 28분28초, 이승준은 27분57초를 소화하고 있다.
이 감독은 김주성의 체력을 안배하는 대안으로 트리플 포스트가 아닌 더블 포스트로 선수 운용을 한다는 복안을 세웠지만 30일 KCC전에서 큰 효과를 못 봤다. 리바운드에서 31-43으로 밀리고, 공격 리바운드도 14개나 허용했다. 이승준에게 수비 리바운드를 강조했지만 2개를 잡아내는데 그쳤다. 결국 더블 포스트도 해답이 되지 못한 셈이다.
이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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