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사상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원자력발전소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해법 모색작업이 마침내 시작됐다. 2004년 노무현정부가 국민적 공감대 하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찾겠다고 선언한 지 무려 9년 만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밀양 송전탑 갈등이나, 유혈폭력으로 이어졌던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사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폭발력이 큰 국책사업. 그만큼 논란과 갈등도 클 것으로 보여, 정부의 국책사업 해결능력이 초유의 시험대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출범식을 갖고,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위원장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인문사회ㆍ기술공학 분야 전문가 6명과 원전지역 주민대표 5명, 시민사회단체 대표 3명 등 총 15명으로 꾸려졌다.
위원회의 활동은 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식 논의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방법에는 ▦원전 수조 내 임시 저장 ▦지상에 보관하는 중간저장 ▦지하 500m 정도의 깊은 곳에 묻는 최종처분 ▦연료 속 플루토늄 재처리 등 네 가지가 있다. 위원회는 토론과 공론조사 등을 거쳐 내년 말까지 정부에 논의결과를 권고하게 되며, 정부는 이를 토대로 종합 관리대책을 수립하게 된다.
일단 핵무기 개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재처리 방식은 한미 원자력협정 조항에 묶여 있어 사실상 불가능한 대안. 최종처분 방식 역시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 전 세계적으로 채택된 예가 없다.
매년 전국 23기 원전에서 700톤씩 사용후핵연료가 배출되는 우리나라는 현재 각 원전에 보관하는 임시저장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포화율이 이미 72%에 달하는 데다, 2016년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2024년쯤에는 모든 수조가 꽉 차게 돼, 결국 '제3의 보관장소'를 찾는 중간저장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원전 운영 국가들도 중간저장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중간저장시설이 들어설 장소를 정하는 작업이다. 홍 위원장은 "부지 선정에 앞서 어떤 문제가 고려돼야 하는지, 어떤 점을 살펴봐야 하는지 정도만 위원회에서 얘기할 것이고 구체적 (부지선정) 논의는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지선정 문제를 '시한폭탄'으로 보고 있다. 현재 건설중인 경북 경주 방폐장에 보관될 중ㆍ저준위 폐기물보다, 더 위험한 고준위폐기물 저장장소를 선뜻 반길 지역은 없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중ㆍ저준위 방폐장을 짓는데도 부안사태와 같은 홍역을 치렀는데 고준위폐기물 처리장을 과연 어느 지역 주민들이 오케이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한 정부당국자도 "역사상 가장 뜨거운 국책사업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소통능력, 갈등해결능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험난한 과정을 예고하듯, 이날 출범식부터 파행이 빚어졌다. 15명 위원들 중 시민단체대표로 참석한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사전회의 도중 홍 위원장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불참을 선언, 사실상 '반쪽'위원회로 출범하게 됐다. 양이 처장은 "경주 방폐장 부지선정 당시 부지선정위원회가 조사결과를 은폐 왜곡하면서 암반문제가 제기된 경주로 밀어붙였는데 홍 위원장이 부지선정위원으로 참여했었다"며 "책임을 져야 할 인사가 공론화위원장에 선정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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