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의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SOM)가 내달 7일 서울에서 열린다. 박근혜정부 들어 동북아 3국 정부의 고위인사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한중일은 통상 정상회담에 앞서 고위급회의를 열고 의제와 일정을 조율해왔다. 일종의 징검다리 회의인 셈이다. 2008년 "매년 정례적으로 한중일 정상회담을 연다"는 3국간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에 일본 중국 한국 순으로 매년 돌아가며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관례대로라면 올해는 한국, 내년은 일본이 주최국이다.
하지만 올해는 여건이 다르다. 영토 분쟁으로 중일 관계는 일촉즉발 상황이고, 한일 관계도 과거사 인식의 벽을 넘지 못해 간극이 한참 벌어진 상태다. 여기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주장까지 겹쳐 3국의 이해관계는 뒤엉켜있다. 외교 소식통은 30일 "막상 SOM을 열기는 하지만 첨예한 동북아의 현안을 얼마나 논의할 수 있을지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담을 의식한 듯 정부는 "정상회담과 SOM은 별개"라며 "3국간 회의는 인적 교류와 환경 문제 등 갈등이 아닌 협력 이슈를 다루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이번 회의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한중일 3국 회담의 주최국으로서 어쨌든 올해 안에 고위급회의를 열기로 했으니 만족한다는 뉘앙스다. 바꿔 말하면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내년 한중일 정상회담 주최국을 어디로 할 지가 애매해진다. 2008년 합의 때 순번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매년 정상회담이 순탄하게 열렸기 때문에 편의상 번갈아 가며 개최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회담을 건너뛰면 관행이 깨진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내년에 다시 주최국을 맡을 지, 일본으로 넘길 지 정해진 게 없어 연말쯤 3국이 다시 모여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3국의 껄끄러운 관계를 반영하듯 이번 회의 날짜를 정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당초 우리 정부는 10월 말을 염두에 두고 중국측에 세 차례 제안했지만 중국은 이렇다 할 답변 없이 시간을 끌다 마지못해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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