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학생들이 다니는 부산 맹학교의 교사가 여학생 4명을 4년 간 학내에서 성추행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감사 결과 학교측은 성추행 사실을 파악하고도 3개월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나타나 '부산판 도가니 사건'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시교육청은 부산 맹학교에 대한 성추행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학교 차원의 조직적 은폐가 드러나 가해교사로 지목된 교사 A(32)씨를 비롯, 교장 교감 등 학교 관계자와 시교육청 장학관 등 13명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7월16일 이 학교의 한 여교사는 수업시간에 A씨가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성고충상담원인 보건교사에게 신고했다. 보건교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고충상담을 실시해 "해당 교사가 손으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때리고, 뒤에서 안거나 옆구리를 찌르는 등 신체적인 접촉을 했다"는 내용의 신고서와 녹취록을 작성했다. 2010년부터 성추행을 당해 온 여학생은 이 학교 고교생 3명과 중학생 1명으로 알려졌다.
보건교사는 조사 다음날 학교장에게 상담내용을 보고했고, 가해교사는 학교 보건실에서 해당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이에 교감은 시교육청 담당장학관에게 "가해교사가 학생들에게 사과했으며, 내부 종결 처리됐다"고 구두 보고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지 않았고, 교육청도 별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
묻힐 뻔 했던 사건은 9월2일 경찰에 성폭력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부산경찰청은 가해교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3개월간 부산교육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가해교사는 피해 학생들을 회유해 "선생님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녹취를 받아내는 등 '2차 피해'가 이어졌다.
시교육청은 사건 접수 3개월만인 지난 24일 가해교사를 직위해제했고, 25일 국감에서 성추행 은폐의혹을 지적 받고서야 뒤늦게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시교육청은 제보 여교사에 대한 가해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의 협박과 회유 의혹 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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