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04일 만에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여주긴 쉽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출전이었다.
박주영(28ㆍ아스널)은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3~14 캐피털원컵 16강전에 후반 36분 아론 램지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지난 2012년 3월 AC밀란(이탈리아)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후반 말미 교체 투입된 이후 약 1년7개월 만에 공식 경기에 나섰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팀의 0-2 패배를 막진 못했지만 여러 가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드시 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마지막 교체 카드로 그라운드에 밟았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박주영은 최근 위건으로의 임대가 무산되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묵묵히 기회를 기다리며 훈련에 임한 박주영은 비로소 경기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경기 후 "박주영이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해 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박주영 본인이 간절하다는 뜻이다.
이는 내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무대를 목표로 달리고 있는 대표팀에는 호재다. 대표팀은 그 동안 서동현(제주), 조동건(수원), 지동원(선덜랜드) 등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웠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과 광저우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주영이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졌지만 그라운드에 전혀 나가지 못하며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홍 감독은 박주영에 대한 발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꾸준히 지켜보고 있지만 일단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며 박주영을 독려했다.
일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홍 감독도 박주영을 뽑기 위한 최소한의 명분이 생겼다. 대표팀은 내달 4일 유럽의 강호 스위스, 러시아와의 평가전에 뛸 태극전사 명단을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박주영이 대표팀 재승선이라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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