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의 장막에 둘러싸인 대통령 '불통'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직접 밝혀야민주당, 대선불복 오해살 일 삼가고 시청앞 천막 걷고 장외투쟁 절제 필요야권 분열 땐 내년 지방선거 필패… 안철수측 현실 제대로 인식해야대선 불복심리가 국민통합 저해… 댓글 사건에 대통령 사과 부적절힘가진 청와대·정부·여당이 앞장서 후유증 치유 위해 노력해야계파 초월해 경쟁력 있는 후보 내고 경제살리기 힘써야 지방선거 희망
정치 실종 시대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북방한계선(NLL)대화록을 둘러싼 정쟁이 수개월째 계속되면서 여야 대화는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일보는 여야 내부에서 '쓴소리 맨'으로 알려진 김영환(민주당ㆍ경기 안산상록 을ㆍ4선) 조해진(새누리당ㆍ경남 밀양창녕ㆍ재선)의원이 맘을 터놓고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대치 정국 해법과 지방선거 전망'을 주제로 열린 대담은 27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진영 논리가 판을 치는 상황임에도 두 의원은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두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매우 힘든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 풀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두 의원은 그러나 "대선 불복으로 비치는 처신을 하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담이 마무리된 뒤 정홍원 총리가 댓글 의혹 실체를 밝히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김 의원은 29일"진일보했지만 미흡하다"면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정감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시민단체는 국감 성적을 C학점이라고 했는데.
조해진= 이번 국감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됐다. 통신비 인하 방안을 비롯한 민생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시국감 제도를 도입하고 감사원을 국회 산하에 둬야 한다.
김영환= 국감 준비가 부족했으나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을 따졌고, 4대강 사업과 원전의 비리 의혹 등도 파헤쳤다. 그러나 민생 문제와 관련된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노무현ㆍ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출범 초기에 대선 후유증이 겹쳐서 국정이 흔들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 사태까지 겪었고, 이명박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과 결부된 촛불 시위로 흔들렸다.
김영환= 세 정권 초기의 상황은 각기 다르다. 이명박 정부의 촛불 시위는 광우병 논란에 따른 것이었지 대선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대선 정당성 논란은 이명박 정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박 대통령이 충분히 정리하고 갈 수 있는 사안이었다. 박 대통령이 침묵하다 보니 전(前) 정권의 문제가 현 정권의 문제로 비화했다.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진실을 분명히 밝힌 뒤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조차도 박 대통령이 물러나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선 불복이나 박근혜 정부를 종식하자는 주장은 당내에서도 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대통령의 침묵과 관련해서는 청와대 참모들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인의장막에 둘러싸여 있다. 박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빨리 종식시키고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
조해진= 대선 불복 심리가 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대두하고 있다. 노무현ㆍ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대선 불복 심리가 일정 부분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과거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기 힘들어 하는 기류가 있었는데. 그게 탄핵 동력 중 하나가 된 게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촛불 시위가 있었을 때 일부 시위대는 'MB 하야'를 외치기도 했다. 최근 상황도 큰 틀에서 궤를 같이 한다. 나는 연초에 당ㆍ정ㆍ청 워크숍에서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먼저 해야 할 일로 박 대통령을 찍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빨리 푸는 것이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 됐다. 지금이라도 청와대와 정부ㆍ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함께 대선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쓴소리 맨'답게 소속 정당의 문제점도 함께 짚어 줬으면 한다.
김영환= 화사첨족(畫蛇添足)이란 말이 있다. 뱀을 그리는 데 다리를 그리면 안 된다. 대선 불공정 문제를 다루는 정국에서 민주당이 대선 불복으로 비치거나 오해를 살 만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선거 부정을 따지는 것은 정당성을 갖지만 대선 불복으로 비치면 지지하는 국민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두 번째로 민주당은 장외 투쟁을 절제해야 한다. 조속히 시청 앞의 천막을 걷고 시민들에게 뭍좋宣?한다.
조해진= 힘을 많이 가진 대통령과 정부ㆍ여당이 먼저 나서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민생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정치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최고의 이해관계자는 대통령이다. 문제를 풀어가는 도구도 대통령이 가장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8개월 동안 갈등 현안을 다루는 양상은 그렇게 되지 못했다. 문제가 중첩되면서 눈덩이처럼 커지면 국정운영의 구조적 난맥이 생길까 걱정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여당이 고민하고 건의하면서 직접 해결도 해야 한다.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조해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야당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는데, 대통령이 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알고 있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책임질 일이 아니고 유감을 표명하면 된다. 또 빨리 진상을 밝히고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 된다. 지난 9월 국회에서 3자회담이 열렸을 때 그 정도 언급했다면 야당도 수용했을 것이다. 댓글 사건의 실정법 위반에 대해선 예외 없이 처벌해야 하지만 관건은 그게 조직적으로 진행된 거냐 아니면 개별적으로 의견을 올린 거냐 하는 점이다. 이번 기회에 모든 공직자들이 정치적 호감과 반대를 표시하는 글을 SNS에 쓸 수 있느냐 여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김영환= 박근혜 정부가 합리적인 야당 지도부를 만났는데도 대화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박근혜 정부는 관성에서 이탈해 당장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댓글 사건을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을 대통령이 말하면 된다. '국정원이 절대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겠다. 국가기관의 개입은 다시 있어선 안 된다. 내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면 된다.
-내년 6월4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나 총선이 대통령 임기 초에 실시되면 여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임기 중반 이후에 치러지면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있는데.
김영환= 상황은 유동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뀔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 상태가 그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유리해진다.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50%대 초반인데 이대로 가면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지고 정권 심판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야권의 압승이 예상된다.
조해진= 중간선거는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정부ㆍ여당이 잘하지 않으면 정권 심판 구호가 먹히게 된다. 정부ㆍ여당이 잘하지 않고 평가 받는 위치에 있게 되면 매우 어려운 선거를 치르게 된다. 대통령과 정부가 잘 해줘야 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당이라도 민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잘 하려면 8개월의 시행착오를 성찰하면서 큰 틀의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야 한다.
-선거에서는 야권연대 성사 여부 등 대결 구도도 중요한데.
김영환= 야권이 분열하면 필패다. 민주당이 변화할 것이냐, 안철수 세력이 현실을 얼마냐 직시하느냐가 두 세력이 어떤 형태와 수준으로 힘을 모으게 되는가를 결정한다. 다음 선거에서도 중부권과 중도층이 승부를 결정한다. 중부와 중도를 놓고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각축한다면 완패한다는 점을 양측이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내년에는 양측 통합의 싹이 돋게 될 것이다. 서울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박원순 시장이 비교적 잘하고 있다. 안철수 세력과 잘 조정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경기지사 선거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민주당 후보가 안철수 세력의 지지를 끌어내거나 두 세력이 경쟁력 있는 공통 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또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제이다. 요즘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안, 전략,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조해진= 여러 변수가 있지만 여당은 내년에 야권이 힘을 합쳐서 1대 1대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고 보고 임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는 여당 내 두 계파의 갈등이 크지 않을 것이다. 친박계, 친이계 등 계파와 관계 없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만들어내거나 모셔오는 게 중요하다. 경제가 어려우면 국정운영 동력도 약화되고 선거에서도 어렵게 된다. 대통령은 활력 있는 인사를 하는 등 경제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줬으면 한다.
대담 진행=김광덕 선임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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