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30대 그룹 기획총괄 사장단이 만났다. 기업관련 주무부처 수장인 윤 장관 취임 후 두 번째 회동이다.
윤 장관은 이날 기업들을 향해 "30대 그룹이 올해 계획한 155조원대 투자와 14만명 고용계획을 100% 이행할 수 있도록 남은 4분기에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투자에 미온적인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기업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정기국회 내에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100여건의 경제활성화 관련 입법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다짐도 했다.
재계도 경영현장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정부의 협조를 적극 요청했다. ▦화학물질 등록법 및 평가법의 신규 화학물질 등록조건 완화 ▦노동관련법의 통상임금 산정범위, 근로시간 단축 등 단계적ㆍ점진적 추진 ▦공장부지 입지 규제 완화 등의 요구가 쏟아졌다. 한마디로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는 얘기였다.
겉모습만 놓고 볼 땐 정부와 재계가 의기투합한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정부도, 재계도 '공허한 외침'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는 게 중평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박근혜 대통령, 현오석 경제부총리, 윤 장관 등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수없이 많은 기업인 간담회가 열렸지만, 매번 '투자하라'(정부)와 '규제 풀어달라'(기업)는 말만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약속도, 재계의 약속도 진전된 것은 별로 없다. 30대그룹의 올 상반기 투자 실적은 61조8,000억원으로 올해 초 세운 연간 계획 대비 41.5%에 머물렀다. 매년 초 세워둔 투자계획 안에서 투자금액을 집행하는 기업들의 속성상 남은 2개월 여 동안 100% 투자가 이뤄지리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또, 정부 역시 수차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기업들은 "대체 풀린 규제가 뭐가 있나"는 반응들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입법 주도권을 완전히 국회가 쥐고 있다. 정부에 기대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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