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김모씨는 올 초 교보생명이 진행한 고객패널 집단면접에서 "홀로 사는 여성을 위한 상품이 없다"고 말했다. 임신이나 출산 관련 보험, 유방암 등 여성 질환을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최근 '교보여성CI보험'을 출시했다. 자궁암과 난소암 등 여성 질병 위주로 구성됐고, 싱글맘이나 골드미스 등 홀로 사는 여성에 필요한 가사도우미, 전문간호사 지원서비스도 포함됐다. 김씨의 건의를 받아들인 셈이다.
불완전판매 등 민원 발생이 가장 많은 보험업계가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상품설계부터 판매,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당국이 올해 핵심과제로 보험민원 감축을 밀어붙이면서 탄력을 받았지만 기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민원 감축은 사활이 걸린 일이다. 불완전판매율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설계사 이직률이 높고, 고객 이탈이 늘어나는 등 민원이 경영악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각 보험사들은 민원을 줄이기 위해 일단 고객 불만 처리 과정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바꿨다. 예컨대 LIG손해보험이 운영하는 '리커버리 해피콜 시스템'은 보상을 받은 고객들에게 사후에 고객서비스 만족도를 물은 뒤 '보통' 이하로 응답하면 다시 해당 부서를 연결시켜 작은 불만이라도 해소하는 식이다.
메리츠화재보험은 회사로 접수되는 모든 민원을 접수 후 24시간 이내 후속 조치 완료하고, 인터넷 민원은 1시간 내에 답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9년부터 '고객의소리(VOC) 24시간 내 처리율'을 성과지표로 도입한 삼성화재는 최근 민원 처리율이 90%에 달했다.
조직개편 등 민원 감축을 위한 부서들도 확대됐다. 동부화재와 LIG손해보험은 올 초 소비자보호팀을 신설하고 인력을 늘렸다. 교보생명도 소비자보호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배치하고 고객보호담당 임원을 배치했다.
메리츠화재는 민원 사안에 따라 민원신속심의체, 민원실무자협의회,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 등 3단계에 걸쳐 민원을 분석해 재발을 막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동부화재도 사내 분쟁처리심의위원회와 제도개선위원회를 운영한다. 현대해상은 부서별로 전년 대비 민원 발생 정도를 3단계(주의, 경고, 위험)로 예보해 민원발생을 예방하고, 부서별로 자체 민원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복잡한 상품구성 때문에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최근 전사적인 차원에서 민원 감축에 나서고 있어 가시적인 효과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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