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해직자 배제 요구를 거부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것을 둘러싸고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는 노조 전임자 학교 복귀 등 후속 조치를 시ㆍ도 교육청에 지시한 반면 14년 만에 다시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는 법적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 11명은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지난 23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교원을 '교육부장관이 검정ㆍ수여하는 자격증을 받은 사람'으로 규정, 현행법에서 제한을 둔 해직자도 교원에 포함되도록 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법원 판결에 따라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국내에서도 다수 존재한다"며 "현행 교원노조법 제2조의 교원만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도록 한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고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불법화의 근거 자체를 없애려는 '전교조 구하기용 입법'"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남정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법리적인 행정처리가 아니라 정치탄압이란 논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목적"이라며 "개정안은 자격증만 있으면 노조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구직자에게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게 현실에서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 정진후 정의당 국회의원·전 전교조 위원장해직자 조합원 인정 판례 많아'교원만 인정' 법 조항은 위헌 소지수많은 교사의 땀으로 만들어진전교조의 참교육 정신 되살려야ILO·인권위도 잇단 개정 권고
1989년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가입을 이유로 해직된 교사들은 닫힌 교문 밖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당시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전교조 합법화가 통과됐지만 군부독재를 이어받는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전교조 가입교사에 대한 대량해직이 시작된 것이다.
97년 국민의정부 들어 전교조는 합법화의 길로 들어섰다. 10여 년 동안 굳게 닫혔던 교문은 열렸고 해직 교사들은 교단에 설 수 있었다.
사실 5ㆍ16군사쿠데타로 와해되긴 했지만 교원노조의 결성시도는 60년 4ㆍ19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87년 전국교사협의회를 발판으로 89년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으로 역사적인 시작을 알렸다. 당시 구속 교사의 수만 107명이었고 1,500여명의 교사가 해직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금의 전교조다. 그 전교조가 박근혜정부 출범 8개월 만에 전대미문의'법외노조'통보를 받게 되었다.
6만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팩스 한 장의 통보에 의해 모든 법적 권리를 박탈 당하고 단체교섭권도 빼앗기고 사무실도 비운 채 다시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법외노조'에 대한 근거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2항이 전부나 다름없다. 이 조항 '설립신고서의 보완 교우 등'은 '설립신고서의 반려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간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은 군부독재 시절 노조 해산의 근거가 됐던 노조법의 '해산 명령권'을 부활시킨 것이다. 전교조 합법화 거부를 선택했던 노태우 정부가 '노조해산'부활을 위해 88년 시행령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오늘에 이른 결과다. 이런 '노조해산명령'이라는 25년 전 노태우의 거부권행사가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되살아 난 것이다.
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이틀 앞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정부의 전교조 규약 시정요구는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노조법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3년 전 국가인권위 권고를 반복해서 발표했다.
국제노동기구(ILO) 또한 "조합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동조합이 그 재량에 따라 규약으로 정할 문제이고 행정당국은 노동조합의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떠한 개입도 해서는 안 된다"며 수 차례 개정을 권고해 왔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9명의 해직교사에 대해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고 24일 고용노동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은 나란히 서서 전교조의 법외노조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후 교육부는 즉각적인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 2일 전교조는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해직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일관된 법원의 판례이며 법원판결에 따라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례가 국내에서도 다수 존재한다. 이에 따라 교원노조법 제2조의 교원만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해당 법 조항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이 헌법소원 제출의 이유였다.
전교조는 지난 25년 동안 수많은 교사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조합원들의 염원에 따라 교육의 민주화, 참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교단에서 끊임없이 실천해 왔다. 모든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긴 어렵겠지만 학교현장의 불의 비리에 맞서고 부당한 교육행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어려움에 처한 제자들을 한 번 더 살피려고 노력한 것이 바로 전교조의 역할이었다.
해직교사 9명의 조합원 자격을 가지고 6만 명의 전교조 조합원들을 거리로 내몰겠다는 박근혜정부의 법외노조 시도는 철회돼야 한다.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권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보장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태어나 이미 성년이 된 스물다섯의 청년을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부모가 나서 사망신고를 해 버린 꼴이 지금의 현실이다. 전교조가 실현하려는 참교육은 법외노조 통보라는 형식적 시도로 사라지거나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정부는 주지해야 한다. 지난날의 역사가 증명하듯 더 큰 울림으로 더 장대한 함성으로 되살아 날 것이다. 진실을 이기는 폭력은 없다.
● 남정욱 숭실대 겸임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법리 적용 아닌 "정치 탄압" 몰아여론에 기댄 '전교조 구하기 입법'부당 해고됐다는 조합원 9명 대부분교육감 선거 개입해 유죄 판결 받아사태 본질 호도·왜곡해선 안돼
난데없고 부당한 요구한 게 아니다. 그저 법을 지키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조합원 투표를 거치더니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거절했다. 전교조 이야기다. 시한을 넘기자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통보했다. 전교조 규약이 해직자의 조합 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는 게 그 사유다. 노조 지위만 상실한 게 아니다. 이름도 잃었다. 이제부터 전교조는 노동조합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명칭의 무단 발설 및 무단 게재시 형사 처벌(5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된다. 스스로 뭐라고 칭할지 궁금하다. 세 글자가 익숙하니까 전교원? (구)전교조?
이 전교조 구하기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뛰어 들었다. 심 의원이 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노조원의 자격에 구직자와 실업자를 포함시켜 전교조 불법화의 근거 자체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교조는 다시 노조설립신고를 한 뒤 노동조합의 위치를 되찾으면 된다. 쉽다. 현실에서도 쉬울까. 솔직히 교원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별로 실익이 없다.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은 심 의원이나 전교조도 잘 알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목적은 우호적인 여론 형성에 있을 것이다. 당신들이 우리를 법외 노조로 만든 그 법에 문제가 있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법리적인 행정처리가 아니라 정치탄압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전교조의 법외 노조 지위 획득과 관련해서 주변에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대체 왜 그랬답니까. 솔직히 모르겠다. 9명을 살리기 위해 6만 명이 노조원 자격을 포기하는 것은 정상인의 산수가 아니다. 물론 이렇게 대꾸할 것이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전교조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라고. 그래도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자꾸만 그 9명에게 눈길이 간다. 전교조는 노동부에서 문제 삼은 해직 조합원 9명이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부당하게 해고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이들 중 대부분은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선거자금 차명계좌 이용 불법제공 등)해서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이다. 교육감 선거 개입이 전교조 활동인가. 선거법 위반으로 해임 처분된 것이 부당한 해고인가. 전교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재적 접근법'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행법상 해직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면서 "다만 해직자가 노조에 직원으로 채용돼 근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줬다. 보통은 당사자들이 자진해서 노조를 탈퇴하고 조직을 보호하는 게 맞다. 그런데 이들은 그런 의지를 전혀 안 보였다. 최악의 가정을 해 본다. 문제의 해직교사 9명은 보통 조합원이 아니다. 이들은 현재 전교조에서 정책연구국장, 정책기획국장, 법률지원실장 등 핵심 직책을 맡고 있고 앞으로 각종 위원장이나 민노총, 정치계로 나갈 재목들이다. 그런데 조합원 자격이 아닌 노조 직원의 지위로는 행로가 불편하다. 결국 그거였나. 핵심인자 9명을 살리기 위해 6만 명을 들러리로 세웠나. 모쪼록 그건 아니기를 빈다. 그랬다면 6만 명이라는 교원들의 존재가 너무 초라해지니까. 한편 전교조는 노조 전임자 76명의 학교 명령 복귀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대량 해직 사태도 가능한 사안이다. 하긴 6만 명도 포기했는데 그까짓 76명쯤이야. 전교조의 셈법은 상식 밖에서 작동하는 중이다. 14년 동안 세상을 쥐고 흔들더니 전교조는 괴물이 된 것일까.
심상정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궁금한 게 몇 가지 있다. 자격증만 있으면 노조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구직자에게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게 과연 현실에서 가능할까. 지금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인데 가입만 하면 재직 조합원과 평등하게 대우해 줄까. 이들이 선거권, 피선거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과연 들어줄까. 혹시 실업자까지만 노조가입을 허용해서 문제의 전교조 9인을 살리려고 했는데 구직자들이 우리와 실업자가 다른 게 뭐냐 따질까 봐 구직자까지 끼어 넣은 것은 아닐까. 뭐 이 정도.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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