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통합 우승 3연패를 노리는 삼성은 올 정규시즌에서 득점권 타율이 2할8푼9리로 이 부문 1위였다. 막강한 마운드와 함께 찬스에서 어김없이 터지는 타자들의 한 방이 정규시즌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시즌 중 배영섭, 김상수, 조동찬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앞다퉈 찬스에서 해결사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KSㆍ7전4선승제)에서 삼성 타선은 달라졌다. '변비 야구'로 표현될 만큼 번번이 찬스에서 침묵했다. 1~4차전 동안 득점권 타율은 고작 5푼7리(35타수 2안타). 1할도 되지 않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3주 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타자들이 타석에서 조급해 하고 있다. 다들 스윙이 크다"며 한 숨만 내쉬었다.
꽉 막혔던 삼성 타선이 드디어 터졌다. '디펜딩 챔피언' 사자 군단이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삼성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5차전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뜨리며 두산을 7-5로 꺾었다. 이로써 1승3패로 몰리다 기사회생한 삼성은 시리즈를 홈으로 끌고 갔다. 31일(6차전)과 내달 1일(7차전) 이틀 연속 승리를 거둬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사상 첫 통합 3연패의 가능성은 남겨 뒀다. KS 5차전 최우수 선수(MVP)는 박한이다.
'내일'이 없는 류 감독은 전날부터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3차전 선발 장원삼, 4차전에서 구원으로 6.1이닝을 던진 차우찬을 제외하고 모든 투수가 불펜에서 대기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1번부터 6번까지 타순에 변화를 줬다. 상대 선발 노경은이 오른손 투수인 것을 감안해 왼손 타자인 정형식-박한이-채태인-최형우-이승엽이 차례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류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를 악문 타자들이 1회부터 화끈한 타격쇼를 벌였다. 3번 채태인은 1회 2사 후 노경은의 직구(148㎞)를 밀어 쳐 선제 좌월 솔로 홈런(115m)으로 연결했다. 삼성은 이후 최형우, 이승엽, 박석민, 김태완의 연속 안타가 이어지며 2점을 더 추가했다. 주장 최형우는 3-1로 앞선 3회 1사 후 노경은의 바깥쪽 포크볼(140㎞)를 통타해 110m짜리 좌월 솔로 아치를 그리기도 했다.
5-5로 팽팽히 맞서던 8회에도 삼성 타선의 집중력은 좋았다. 무사 1루에서 9번 정병곤이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를 보기 좋게 성공했다. 1번 정형식은 상대의 압박 수비를 뚫고 보내기 번트에 성공, 1사 2ㆍ3루가 됐다. 삼성은 여기서 2번 박한이가 상대 구원 정재훈의 포크볼을 잡아당겨 2타점짜리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9회말은 '끝판왕' 오승환의 무대. 오승환은 3경기 연속 등판하며 1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2점 차 승리를 지켰다.
3번 채태인이 4타수 1안타에 1타점, 4번 최형우가 5타수 3안타에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5번 이승엽은 4타수 1안타, 6번 박석민은 2타수 2안타 볼넷 3개를 얻어냈다. 삼성 중심 타선은 5경기 만에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