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국(NSA)의 정보수집 활동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동맹국 도청 파문 등 국제사회의 반발을 달래고 NSA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 측이 2006년 35개국 정상 등 도청 대상 명단을 추가 폭로할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테러 방지 명목으로 평범한 자국 시민부터 동맹국 정상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찰해온 NSA의 과잉권력을 의회와 합심해 통제하려는 뜻도 읽힌다.
오바마는 우선 동맹국 정상을 대상으로 하는 도청을 전면 금지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 상원 정보위원장은 28일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동맹국 정상 도청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스노든의 폭로가 시작된 올 여름에야 NSA의 동맹국 정상 도청 사실을 인지하고 중단을 지시했으나 일부 정상들은 여전히 도청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는 NSA 개혁 작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바마가 이달 초 연방정부 폐쇄 이전에 최고위급 정보 관료 출신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NSA 개혁안 마련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대테러 담당 특별보좌관,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이 참여한 이 위원회는 2주 안에 오바마에게 중간보고서를 제출하고 12월 중순까지 최종보고서를 완성할 예정이다. 오바마는 28일 미국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최근 수년 간 정보당국의 역할이 확대 발전해왔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개혁 의지를 밝혔다.
의회도 나섰다. 파인스타인은 "동맹국 정상을 겨냥한 정보 수집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상원 정보위원회가 NSA 정보 수집 프로그램에 대한 중대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에도 NSA를 줄곧 옹호해온 파인스타인의 입장 변화를 놓고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NSA의 감시 활동에 관한 세부사항을 충분히 보고받지 못했다고 여기며 분노한 상태"라고 의회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상하원 지도부는 28일 워싱턴을 찾은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을 만나 미국-유럽 신뢰 재구축 및 정보공유 방안 등을 논의했다.
29일에는 NSA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이 잇따라 상원에 제출됐다. 패트릭 레히(민주), 제임스 센센브레너(공화) 의원 등이 주도한 법안은 NSA가 법원에서 테러 수사와 관련성을 소명한 해외 기관 및 개인에 대해서만 통화기록 수집을 허용함으로써 NSA의 대량 통화기록 수집을 원천 차단했다. 파인스타인이 주도하는 법안에는 NSA의 대량 통화기록 수집은 허용하되 조건을 강화해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자의 법안이 2001년 9ㆍ11테러 이후 대규모로 진행돼온 정보 수집의 중단을 목표로 한다면 후자는 감시 프로그램 유지를 전제로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꾀한 것이라고 분석하며 "NSA의 권한 폐지를 둘러싼 정치적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고 평했다. 백악관은 "정보기관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신뢰도를 증진하는 개혁을 위해 의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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