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호국행사로 전남 여수를 대표하는 거북선축제를 둘러싸고 추진 단체 사이에 명칭과 주관 등을 놓고 15년 동안 볼썽사나운 싸움이 이어져 빈축을 사고 있다.
29일 여수시에 따르면 거북선축제를 둘러싼 추진 단체 간 갈등은 1998년 여수반도의 3개 시ㆍ군이 통합한 후 (구)여수시의 진남제와 (구)여천시의 거북선대축제가 하나의 축제로 합쳐지면서 시작됐다.
두 도시통합 후 거북선축제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사)진남제전보존회 주관으로 진남제를 개최하다가 2004년부터 명칭이 거북선축제로 바뀌고 거북선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이 돼 행사를 치르고 있다. 1967년 시작된 진남제를 이어 올해로 47년을 맞은 거북선축제는 최초 삼도수군 통제영이자 전라좌수영의 본영인 여수의 대표 해양문화축제다.
주요 행사는 통제영길놀이, 파발마재현, 진해루 군사회의, 전라좌수군 군점, 파왜병장기, 수륙고혼천도대제 등 임진왜란 재현 행사로 이뤄져 있다. 축제는 여수시가 매년 행사보조금 7억원을 거북선축제추진위 측에 지원해 치러지고 있으며 이중 2억여원이 진남제전보존회 측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매년 행사비, 축제 이름, 주관 등을 놓고 거북선축제추진위원회 측과 진남제전보존회 사이에 갈등을 빚어왔다. 이런 가운데 진남제전보존회 측이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거북선축제와 별도의 독자적인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진남제전보존회 측은 "거북선축제로 변경된 이후 호국축제로서 특색을 잃었고 사실상 관 주도로 열려 독자성과 자율성이 부족하다. 또 추진위가 이 충무공 제례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진남제 규모를 축소하는 등 가치를 폄하하고 있다"며 축제의 독자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맞선 거북선축제추진위 측은 "시민 협의를 통해 결정한 축제 이름을 부정하고 보존회가 또 다시 분열을 일삼고 있다"며 "진남제를 단독으로 개최하겠다는 일방 행위는 3여 통합 정신에 위배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추진위는 "보존회가 진남제 고유의 성격을 고수해 축제가 단순 제의적 행사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시대적 흐름인 문화관광 종합축제에서 동떨어져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외면 받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들 두 단체의 갈등 원인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수시민 김모(46·여서동)씨는 "두 단체의 싸움이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잿밥에만 어두워 47년 전통의 축제를 마을축제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시민들이 왜 이 축제를 외면하는지 반성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3여 지역 통합 후 축제와 관련해 수 없는 토론과 협의를 거쳤는데도 갈등이 여태껏 이어져 축제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며 "양측이 대승적인 통합정신을 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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