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아픔과 소통, 성장을 그린 뮤지컬 공연을 많이 보아주세요"
29일 오후 2시 충남 홍성군 청운대 아트홀.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한 홍동중학교 학생 30여명은 뮤지컬 '그리스(grease)'공연에 앞서 춤과 노래, 대사를 서로 맞춰보는 최종 리허설에 몰입했다.
'그리스'는 청소년들의 성장과 사랑, 소통의 중요성을 그려 국내외에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작품으로 학생들은 이 공연내용을 자신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최종 리허설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은 이날 오후 7시 동료 학생과 학부모, 지역 기관장 등 500여명의 관객이 몰릴 것이라는 소식에 삼삼오오 모여 대사와 노래를 주고 받으며 연습을 이어갔다.
학생들이 시골에서 생소한 뮤지컬 공연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홍동중이 교육부로부터 '학생뮤지컬 사업 학교'에 선정된 이후 학생뮤지컬 동아리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뮤지컬 공연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단원구성조차 어려워 31명의 단원 대부분이'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등 떠밀려 모였다. 낯선 무대에 대한 수줍음이 겹쳐 연습도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 농촌의 특성과 교통도 불편해 토요일 마다 4시간씩 연습하는게 버거웠다. 학생들은 전문가가 아닌 교사 2명과 함께 변변한 연습실도 없이 학교 강당에서 거울을 보며 율동과 연기를 익혀야 했다.
2학기에 들어서 겨우 팀을 구성하고 배역을 나누었지만 뮤지컬의 기본 요소인 노래와 춤, 연기를 익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다 못한 김진수ㆍ임미영 지도교사는 청운대에 도움을 요청했다.청운대 강사진이 교사들의 요청에 화답했다. 학생들의 열의와 맞닥뜨린 강사진은 주말을 반납한 채 자신의 공연처럼 지도했다.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학생들의 연기와 노래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고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단원 가운데 5명의 다문화가정학생은 평소 소극적이던 학교생활이 달라졌다. 여주인공 오송이(2년)양은 외국출신인 어머니의 재능을 이어받아서 인지 주연배우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오양은 뮤지컬을 시작한 이후 항상 뒷전에서 머뭇거리던 학교생활을 떨쳐내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변했다.
남주인공 박주현(3년)군은 뮤지컬에 매료돼 관련학과가 있는 고교진학을 결정했다.
임미영 지도교사는 "시골은 뮤지컬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이 생소한지 처음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기획과 공연준비를 맡은 김진수교사는 "공연 주제를 정하고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면서 발전하는 자신들의 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며 "졸업을 앞둔 3학년생은 아쉬워하고 1·2학년생은 내년에도 꼭 참여하겠다고 열의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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