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동계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제5대 지부장 선거가 열전에 들어간 가운데 차기 수장이 누가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달 꾸려질 집행부 성향은 당장 내년 울산 북구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4만6,000여명의 조합원 규모가 상징하듯 향후 국내 노동계 판도를 가늠하는 방향타다.
이번 지부장 선거엔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이경훈 전 지부장, 김희환 전 조직실장, 손덕헌 현 감사위원, 김주철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등 총 5명이 출마, 차례로 기호 1~5번을 배정받았다.
후보들은 수석부지부장 및 부지부장(3명), 사무국장 등 5명의 러닝메이트와 한 팀을 이뤄 다음달 4일까지 선거운동을 벌여 5일 1차 선거를 치른다. 1차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가 2차 선거에서 최종 승자를 가린다.
현대차 노조 선거는 전형적인 조직 싸움이다. 이번의 경우 후보는 5명이지만 큰 틀은 ‘실리-강성’ 2파전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성향을 보면 하부영(들불), 김희환(금속연대), 손덕헌(금속민투위), 김주철(민주현장) 후보는 강성, 이경훈(현장노동자) 후보는 실리파로 분류된다.
강성 조직들이 저마다 독자 후보를 내 표 분산이 불가피, 1차 투표에서 실리 성향 이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강성 후보들이 선거 유인물 등을 통해 이 후보를 집중 견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하 후보의 현장조직 ‘들불’은 초반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가 있었으나 최근 ‘현민노’, ‘현민회’, ‘소통과 연대’ 등 군소조직과의 연대를 통해 조직력을 강화, 1차 선거의 복병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후보는 2009년부터 3년간 현대차 노조를 이끌며 3년 연속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 ‘상생노조’의 가능성을 열었던 인물. 지난 2월 이 후보 조직이었던 ‘전현노’가 같은 성향의 ‘현장혁신연대’와 통합(현장노동자)하면서 후보군 중 가장 강한 조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보 중 유일하게 지부장 경험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희환 후보는 9대와 12대 집행부에서 조직실장을 역임했으며, 여러 차례 대의원도 지냈다. 조직인 ‘금속연대’는 현 집행부(민주현장과 금속연대 연합)의 일부 현장조직이다.
손 후보의 ‘민투위’는 가장 많은 위원장을 낸 현장조직. 현재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과 강성신 민노총 울산본부장도 이 조직 소속이다. 손 후보가 당선되면 전례 없이 한 조직이 주요 노동권력을 독점하게 돼 이런 상황을 표심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변수다.
김주철 후보의 ‘민주현장’ 은 현 문용문 지부장이 소속된 조직으로, 주간연속 2교대를 완성했다. 2003년 근무형태 변경 논의를 시작한지 10년 만에 조합원들의 생활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온 성과를 거뒀지만 특정 조직의 연임을 허용치 않아온 선례 극복이 과제다.
1차 선거의 관전포인트는 강성 후보들간의 경쟁. 선거구도가 ‘실리-강성’으로 가닥이 잡힌 만큼 강성 후보들이 실리파 이 후보에 대적할 적임자로 선택 받기 위해 강도 높은 선명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강성 후보들은 2차 선거에 올라가면 낙선 조직들의 지원을 받아 이 후보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보고 1차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누가 2차전에 진출하든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향후 2년간 현대차 노사관계 방향이 결정되며, 이는 국내 노사관계의 척도”라며 “세계 굴지의 자동차업체도 방심하면 한 순간에 몰락하는 현실에서 근로자들의 선택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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