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로 냉가슴을 앓는 것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와도 무관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상호 인식이 평행선을 달리고, 양국의 외교 당국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다 보니 우리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의 당사자인 일본이 아니라 에둘러 동맹인 미국을 상대로 주권 문제를 들먹이며 읍소를 하는 씁쓸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외교 채널을 통한 정부의 대응 기조는 크게 두 가지다.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되 집단적 자위권의 실체가 아직은 불분명한 만큼 일본의 움직임을 좀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평화헌법 이념 준수 ▦투명한 절차 ▦주변국의 우려 해소 등 집단적 자위권의 몇 가지 원칙을 강조하며 일본측에 입장을 전달하고 있지만 원론적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그나마 한일 양국간 현안 중의 하나로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시키는 정도다. 또한 일본의 동향 파악도 정부가 주최하는 전문가 초청 비공개 간담회의 논의내용을 추적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일 외교장관회담과 차관회담을 수 차례 열었지만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의구심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일본 내 집단적 자위권 논의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내용이 계속 바뀔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내달 열릴 한일 안보정책협의회가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양국 외교ㆍ국방(2+2)라인의 국장급 회의로, 2009년 12월 이후 4년 만이다. 다른 관계자는 "양국의 안보 이슈를 집중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일본측의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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