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를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샹(湘)강의 한 가운데 쥐쯔저우(橘子洲) 공원이 있다. 모래톱이 쌓여 생긴 길이 5㎞의 내륙 섬인 이 곳은 귤나무가 많고 풍광이 수려해 700여만 명의 창사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이 공원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남쪽 끝에 자리잡은 높이 32m, 길이 83m, 폭 41m의 큰 바위 얼굴이다. 얼핏 보면 베토벤을 닮은 듯한 준수한 외모의 이 대형 조소(彫塑)는 사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32살 청년이었을 때 모습을 본떠 2009년말 조성한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청년 마오쩌둥'을 이곳에 세운 것은 그가 중국특색사회주의 혁명을 시작한 곳인데다 "창망한 대지에 묻노라, 천하 흥망성쇠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라고 읊은 유명한 시(沁園春 長沙)를 지은 곳이 창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쥐쯔저우 공원엔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이 전국에서 가장 큰 마오쩌둥 얼굴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관람객들 역시 젊은층이 더 많았다. 후난사범대생 셰한(謝晗ㆍ19)은 "마오 전 주석은 창사가 낳은 위대한 인물"이라며 "마오의 기상과 사상을 본받아 제2의 마오를 꿈꾸는 대학생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을 다니는 천자(陳佳ㆍ20)도 "서구의 사회주의 사상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농민 중심의 중국특색사회주의를 실천한 마오쩌둥의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곳 창사와 그의 고향 사오산(韶山)이 있는 후난성을 방문하는 홍색관광객의 수는 지난해 무려 5,053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무려 25%나 급증한 것이다. 관광 수입액도 280억위안(약 5조원)이나 됐다. 올해는 이보다 다시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게 후난성의 예측이다. 이에 따라 홍색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각 지방의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마오쩌둥의 고향 사오산이 있는 샹탄(湘潭)시는 올해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 기념 사업과 홍색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미 20억위안(약 3,500억원)을 쏟아 부은 상태이다.
후난성에서 타오른 마오쩌둥 숭배 열풍은 이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동안 뜸했던 마오쩌둥 동상이 잇따라 세워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마오쩌둥 사당 건립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마오쩌둥 기념 연찬회엔 무려 300여명의 훙얼다이(紅二代ㆍ혁명 원로 자녀)가 참석했고, 26일에는 인민대회당에서 마오 전 주석의 적손인 마오신위(毛新宇)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까지 나서 일장연설을 했다. 마오 전 주석이 혁명 과정에서 거쳐간 각 지역도 경쟁하듯 기념 행사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마오쩌둥의 부활과 홍색 열풍의 확산은 중국의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는 데에 따른 중국인의 자부심을 반영한다. 또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며 이젠 정신적 만족을 갈구하게 된 변화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극심해진 빈부차와 고질적인 부정부패, 각종 사회적 불만이 마오쩌둥 시기 평등 사회에 대한 그리움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군다나 일각에선 마오쩌둥의 오류마저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대약진운동(1958∼1960) 기간 굶어 죽은 이는 학계에서 주장하는 2,000만~4,000만명이 아니라 고작해야 250만명 수준이란 기고를 실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홍색 문화 창달을 외치며 극좌파 노선을 걸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또 나오는 것 아니냔 우려도 적잖다. 작은 마을의 촌장을 맡고 있는 공산당원 장두(張讀ㆍ22)는 "마오 전 주석에 대해선 이미 공이 70%, 과가 30%란 결론이 난 상태"라며 "중국은 과거의 마오쩌둥이 아니라 미래의 마오쩌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이 다음달 열릴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8기3중전회)에서 어떤 개혁안을 내 놓을지 주목된다.
창사=글ㆍ사진 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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