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클럽 뒤풀이에서 여직원 성추행, 술 먹고 잠든 아들 또래의 의경 성추행, 같이 드라이브하던 여성 성폭행….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은 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그것도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 수장인 이성한 경찰청장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이 청장은 28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대 사회악 근절 노력으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범죄 신고가 활성화되고 처벌이 엄중해지면서 경찰의 성 추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찰 조직 내부에 잠재돼 있지만 아직 짜내지 못한 '고름'이 상당하다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청장은 더구나 "총경들의 성 추문을 개인 비위로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조직 전체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찰관 비위가 줄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올 들어 9월까지 적발된 경찰관 전체 비위 건수는 1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3건에 비해 감소했다. 문제는 총경이 저지른 비위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올 들어서만 비위가 적발돼 징계를 받았거나 감찰을 받는 총경이 벌써 7명이다. 전체 경찰관 10만2,000여명 중 총경은 466명으로 0.5%에 불과하지만, 올해 전체 비위 건수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6%에 달한다.
총경은 경찰청이나 지방경찰청의 과장, 경찰서장을 맡는 직급이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경찰관을 이끌고 감독해야 하는 자리다. 인구가 적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찰서장은 단체장 못지 않은 권한과 예우를 누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총경의 비위는 국민들의 눈에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 비치지 않는다. 경찰청 차원의 고강도 대책으로 총경들의 비위를 막아야 한다. 윗부분이 썩은 기둥이 천장을 올곧게 지탱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김창훈 사회부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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