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내각이 영남 및 서울대 독식 체제로 재편 되고 있어 국정 운영의 인적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주변이 특정 인맥 위주로 둘러 쌓이다 보니 견제와 균형을 잃고 일방 독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번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인선을 통해 두드러진 것은 부산 경남(PK) 태생의 서울대 법대 출신 인맥이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거제), 양승태 대법원장(부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부산)에 이어 5대 권력기관장 중 두 곳까지 PKㆍ서울대 법대 출신이 포진된 것이다.
사실 특정 인맥 심화 현상은 지난 8월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와 함께 단행된 청와대 참모진 개편 때부터 두드러졌다. 1기 참모진 만해도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해 성균관대 출신이 5명을 차지하며 서울대 인맥과 균형을 맞추는 모양새였지만, 김기춘 비서실장 취임 이후로는 서울대 출신이 요직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새로 수혈된 홍경식 민정수석, 박준우 정무수석이 서울대 법대,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이 서울대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1기 참모진 때 3명이었던 서울대 출신은 2기에는 모두 6명으로 배로 늘었다. 청와대와 내각이 지역적으로는 PK, 학맥으로는 서울대 출신으로 급속히 재편된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인선의 최우선 기준이 전문성과 능력이라며 최적의 적임자를 찾다 보니 나온 결과라는 입장이다. 지역이나 학연에 대한 의도적인 고려는 배제한 채 능력과 업무 효율성에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의도치 않은 결과라 하더라도 인맥 편중 현상은 국정운영 측면에서도 국정 동맥경화 현상을 낳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맥 편중은 당장의 국정 질서를 잡고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유용할 지 몰라도 지역과 대학 선후배로 얽힌 관계의 속성 상 내부 비판은 물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상실돼 국정 상황에 대한 인식도 천편일률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왜곡된 시각이 고착화하는 것이다. 이는 국정 운영이 일부 실패할 경우 자정 내지 보정 기능이 작용하지 않아 현실이나 여론과 반대 방향으로 독주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자연 생태계가 변화 무쌍한 환경에 적응하며 온전할 수 있는 핵심 요인도 다름아닌 '다양성' 이다. 온데간데 없어진 대타평, 즉 인사의 지역적 고려도 골 깊은 지역 감정을 완화하기 위한 측면이 크지만 다양성 면에서도 절대 필요하다. 특정 사안마다 지역 여론이 다르고 관심사항이 다르지만 편중 인사로 인해 다양한 지역 여론과 불만을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더라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인재 풀을 넓혀서 다양한 인맥을 구성하는 게 마땅하다"며 "특정인맥에 둘러싸이면 국정시야가 좁아지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데 장애를 초래, 오히려 대통령 리더십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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