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군의 한 산골마을에 몇 년 사이 암 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마을 전체가 암 공포에 휩싸였다. 10여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에서 8명이 암에 걸려 이미 숨졌거나 투병 중이다. 주민들은 인근 산업폐기물 재생 공장에서 발생하는 유독물질 때문이라며 공장 폐쇄를 주장하고 있지만, 연천군은 특별한 법적 위반이 없고 암 발병과의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28일 연천군 등에 따르면 J화학 공장이 한적한 산골 Y마을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06년. J화학은 폐수나 배출가스 등에서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활성탄을 생산하고 수명이 다한 폐활성탄을 재생하는 업체이다. 폐활성탄은 사용된 곳에 따라 벤젠 등 각종 발암물질을 머금고 있다. 재생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그대로 배출돼 대기오염방지시설 설치 등에 대한 규제가 심한 업종이다.
J화학 공장이 마을 어귀에 자리잡으면서 주민들은 하나 둘 두통과 호흡곤란, 소화불량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공장이 들어선 2년 후인 2008년부터 매년 마을에서 1~2명씩 암환자가 생겨나 최근까지 8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다. 마을 주민 가운데 2명은 췌장암으로, 위암과 유방암으로 각 1명씩 모두 4명이 숨졌다. 현재 투병 중인 주민 4명도 유방암과 대장암, 폐암 등에 걸린 상태다. 암환자의 연령층도 30대 초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마을 주민 8명 뿐만 아니라 지난 2009년 공장을 매각하고 떠난 기존 업체 대표 부부도 2년 후 모두 암으로 사망했다.
주민들은 암 발병이 마을 어귀에 위치한 J화학에서 나오는 유해가스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Y마을 반장인 김모(73)씨는 "공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주민들 중에서 암 환자가 1명도 발생한 적이 없다"며 "암 환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 불안해 도저히 살수가 없다"고 공장폐쇄를 요구했다.
김씨는 "공장에서 작업을 할 때면 신김치가 썩는 듯한 시큼한 냄새가 마을을 뒤덮는데 그럴 때면 새들도 오지 않을 정도니 사람들이 멀쩡하겠냐"고 하소연했다.
J화학측은 잇따른 암 발생은 우연일 뿐 공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연천군 역시 배출가스가 법적 기준치를 넘지 않았고, 암 발병과의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고 밝혔다. 군은 올해 초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과 함께 해당 공장의 먼지와 벤젠 측정을 실시했고, 먼지 농도는 21.7㎎/㎥(허용 100㎎/㎥), 벤젠은 0.021ppm(허용 20ppm)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Y마을 주민들은 J화학측이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정상적으로 돌릴 때만 연천군이 점검을 하는 등 수박 겉핥기식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평소에는 비용 문제로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은 이달 11일 군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공장 폐쇄를 요구했다.
연천군은 주민들의 정확한 암 발병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등에 정밀 역학 조사를 요청했다.
연천=글ㆍ사진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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