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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10월 29일] KBS를 (안)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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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10월 29일] KBS를 (안) 보는 이유

입력
2013.10.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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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텔레비젼에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2007년부터 이어져 왔으니 KBS의 대표적인 공익 프로그램이라 해도 되겠다. 이 르포의 주인공들은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다. 홈페이지에 있는 말을 옮기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가족의 질병이나 파산, 실직 등으로 한 순간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한 순간에 추락해버린 늪에서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을 쳐봐도 좀처럼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은 신자유주의 시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꽤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의적절하고 '현실적인'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지난 9월 7일 방영된 253회의 주인공은 올해 스무 살 난 청년인데 여섯 식구의 가장이다. 엄마(42세)가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아 힘겹게 치료를 받고 있어, 청년은 네 명의 동생들을 돌보며 생활비를 번다. 새벽부터 농수산물 시장에 나가 짐을 나르고, 밤늦도록 편의점에서 쉴 새 없이 일하지만 엄마 병원비를 모으거나 빚을 갚기에는 태부족이다. 스무살짜리 청년은 청춘을 누리기는커녕 학교조차 다니지 못한다.

'출발점'부터 아예 달라 '기회 균등'은커녕 뼈 빠지게 일 해도 결코 가난을 벗어날 수 없고, 가난과 소외가 그대로 대물림되는 현장이 중계되는 것이다. 젊고 어린 친구들은 배울 기회를 박탈당한 채 처절하게 노동하거나, 학교에서 소외 당해 거리를 떠돈다. 교육 받지 못한 이들이 하는 일이란, 폐지 수집이나 전단지 돌리기 같은 값 싼 일이다.

에 나오는 사람들이 겪는 고난은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것이다. 이들은 지속적인 경제적 궁핍이 야기한 관계의 갈등과 심리적 곤경을 겪는다. 그리고 이는 심각한 가족의 해체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질병과 장애, 몇백만원 정도의 부채도 이들에겐 치명적인 굴레가 되곤 한다. 가난은 그러한 고난들의 가장 큰 매개이자, '원인의 원인'인 것이다. 이 프로를 보면 기초수급제도나 최저임금제 같은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졸렬한 수준의 것인지 확 드러난다.

이 같은 의 '보통의 사연들'은 시민들의 동정이나 휴머니즘에 호소하는 데로 귀착되기도 하지만, 설사 그 연민이 비록 일시적이고 위선적인 것이라 해도, 사람들은 구체적인 격려가 절망에 처한 사람들에게 발하는 효능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또한 이런 잔혹한 시대에 다른 사회구성원을 향한 연민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도 알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또 해묵은 문제가 다뤄졌다 한다. KBS의 만성적자와 수신료 인상 문제다. KBS측은 올해도 650억 원 가량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면서, 수신료를 올리지 않으면 KBS의 공영성이 더 훼손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다. 일리 있는 말인 거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단언컨대, 현재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 시도는 공감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다. 상식을 가진 시민 중 아무도 KBS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고, 공공재인 KBS의 전파가 시시한 연예 잡담이나 '땡박뉴스'를 내보는 데 낭비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은 시청료로 만들어져 온 프로그램이다. 어떤 연유에선지 지난 10월 19일자로 이 프로가 폐지됐다. 마음 가난한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하며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폐지를 재고할 것을 호소했으나, '관계자'들은 답이 없다. 시민들이 이 프로를 통해 적은 돈이나마 가난한 이웃을 후원하던 일도 폐지될지 모른다. 얼마나 상징적인 일인가? 이 프로는 외주 제작 업체에 의해 만들어져 왔는데, 종영과 함께 을 만들던 외주업체 노동자들도 해고되었다 한다. 따라서 은 내용뿐 아니라 그 폐지까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박근혜정권의 복지공약 후퇴만 봐도 조금이라도 사회적 비참을 줄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왜 사람들이 손석희씨가 진행하는 뉴스를 그토록 반가워하는지, 왜 같은 프로가 계속 필요한지, 공영방송의 사명에 대해 KBS 구성원들의 깊은 성찰을 바라고 싶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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