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대 경제학부 학생들이 시장 만능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제학'을 요구하며 교과 과정 개혁을 선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 보도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와해 이후 경제학회'(post-crash economics society)를 결성했고, 장하준(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경제학회 소속 학생들은 "기존 커리큘럼은 경제학자가 왜 금융 위기를 경고하는 데 실패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반면 (미국) 월가나 시티(런던 금융시장) 취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다음 달 모교의 교과 과정을 바꾸기 위한 기본 틀을 제시한 뒤 다른 대학들의 동참을 호소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경제학회 대변인을 맡은 맨체스터대 경제학부 4학년 조 얼씨는 "경제학계가 위기를 무시한다"며 "케인스와 마르크스의 시장 비판론도 기존 커리큘럼에서 도외시되고 있어 경제학 공부가 절름발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도 "경제학 교습이 수치 모델에 너무 치중하고 있어서 경제학도가 실제 금융 세계에 대응하는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기존 교과 과정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또 그것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꿰뚫는 학생이 많지 않다"며 "심지어 내가 만난 미국 학생 중에는 케인스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하더라"고 지적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가디언에 "미국 경제학 교육이 안이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학자들이 무리를 지어 그럴듯해 보이는 수치 모델에 집착하는 등 진실은 외면한 채 타락해왔다"고 비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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