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새 검찰총장 후보로 김진태(61) 전 대검차장을 지명했다. 앞서 감사원장 후보자로 경남 마산 출신에 서울대 법대를 나온 황찬현 서울지방법원장이 지명된 데 이어 경남 사천ㆍ서울대 법대 출신인 김 후보자가 권력 요직에 발탁됨에 따라 현 정부 내 PKㆍ서울대 법대 출신 인맥의 부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같은 PK 출신(경남 거제)이자 대학 선배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오랜 친분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검찰 직할 체제가 구축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검찰조직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마무리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오늘 새 총장 후보자에 김 전 대검차장을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4명의 총장 후보자를 선정한 지 3일 만에 청와대가 신속히 김 후보자를 낙점한 것은 국정원 사건 수사 등으로 내분 위기를 겪고 있는 검찰 조직의 혼란을 조기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이르면 11월 둘째주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게 되며,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진주고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후보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한보 비리 사건,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조사 등을 맡은 검찰 내 특수통 검사다. 특히 김 비서실장이 1991년 법무장관을 지낼 때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서 근무하면서 김 실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검찰 장악력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공석 중인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도 보좌형 실무 전문가가 기용돼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난 8월 취임한 김 비서실장의 영향력도 뚜렷해지고 있다. 당장 정권 출범시 영ㆍ호남 인사가 전무했던 5개 권력 기관장의 지역별 분포가 서울 2명(국정원장ㆍ경찰청장), 경남 2명(검찰총장 감사원장), 충청 1명(국세청)로 바뀌게 됐다. 김 실장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한 홍경식 민정수석도 경남 마산 출신에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그러나 채동욱 전임 검찰총장이 국정원 수사 등과 관련 청와대의 찍어내기로 밀려났다는 의혹을 받은 상태에서 김 후보자가 발탁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김관영 대변인은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는 청와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검찰총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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