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30분 도봉산 석굴암 인근(해발 650m)에 위치한 도봉경찰서 도봉산 산악구조대에 119 상황실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해발 550m 우이암 인근에서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구조대는 분주해졌다. 윤대빈(45) 경위와 의경 구조대원 3명이 20㎏짜리 구조 배낭을 매고 약 3㎞ 떨어진 사고 지점까지 내달렸다.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보통 걸음으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30분만에 주파했다. 구조대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박모(61)씨를 발견, 응급조치를 한 뒤 119 구조대 헬기에 인계했다. 그러나 박씨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숨을 거뒀다. 올해 도봉산에서 발생한 첫 사망사고다. 윤 경위는 "고령에 고혈압 증상이 있는 박씨가 무리하게 정상에 오르려다 심장에 무리가 온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워했다.
27일 오후 5시25분에도 양모(64ㆍ여)씨가 하산 중 해발 500m 거북바위 부근에서 넘어져 오른쪽 팔꿈치와 왼쪽 정강이를 다치는 사고가 났다. 구조대가 지혈 등 응급처치를 하고 1시간 뒤 양씨를 119 헬기에 태워 병원으로 보냈다. 양씨는 "날이 어두워져 춥고 무서웠는데 손자 같은 사람들이 와줘 너무 고맙다"며 울먹였다.
도봉산 산악구조대에 따르면 단풍이 절정인 10월 도봉산에서만 조난 사고가 19건 발생했다. 전득주(49ㆍ경위) 구조대장은 "가을철엔 주말이면 하루 평균 2만여명의 등산객이 도봉산을 오르다 보니 조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하산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암벽 등반 중 낙하하는 사고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1983년 창설된 경찰 산악구조대가 지금까지 도봉산과 북한산(강북경찰서)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유다.
경찰 구조대는 조난 구조 활동뿐만 아니라 산에서 발생하는 형사 사건도 처리한다. 사찰에서 불상을 훔치거나 다른 등산객의 배낭을 들고 가는 도난사고는 물론, 등산객들 사이의 폭행도 구조대 업무다. 19일 도봉산 야영장에서 옆 텐트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40~50대 남성 7명이 멱살잡이를 하는 폭행 사건이 발생해 구조대가 처리하기도 했다. 전 구조대장은 "산행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산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라고는 해도 산악구조대 생활엔 위험이 따른다. 전 구조대장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조난 신고를 받을 경우 조난자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산 전체를 수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숨을 구하는 순간의 뿌듯함을 잊지 못한다. 구조대 소속 김동언(21) 수경은 "올해 6월 신고를 받고 9시간에 걸친 밤샘 수색 끝에 만장봉에서 40대 남성 조난자를 발견해 구조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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