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에서 도요타 차량의 전자장치 불량으로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인정하는 평결이 나왔다. 판사의 최종 판결이 아닌 배심원 평결이기는 하지만, 미국 법정이 자동차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국내 급발진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도요타는 피해자와 합의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1심법원 배심원단은 24일(현지시간) 2007년 도요타 캠리 차량의 급발진 사고로 숨진 피해자의 유족 등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에게 300만달러(31억8,000만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이 액수는 순수한 손해배상금으로, 도요타가 과실에 따라 내야 할 징벌적 배상금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배심원단은 차량의 전자식 엔진조절 장치의 불량 때문에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이는 2009년 도요타가 가속장치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이후 제기된 수백건의 급발진 관련 소송 중 처음으로 도요타의 기술 하자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도요타는 운전석 바닥 매트가 가속 페달을 눌렀다거나 운전자 과실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를 법정에서 펴왔다. 올해 7월 미국 차주 2,200만명에 총 16억달러(1조8,000억원)를 주기로 합의한 것도 급발진에 따른 배상이 아닌 리콜로 인한 중고차값 하락을 보상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의 경우 한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사고 차량인 2005년형 캠리의 엔진 전자장치를 분석한 뒤 법정에서 "복합적인 장치 소프트웨어 문제가 인정된다"고 증언한 것이 평결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도요타는 평결이 내려진 뒤 곧바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배심원들의 추가적인 징벌적 배상금 부과나 판사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에 사태를 해결해 파장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합의금은 양측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도요타 대변인은 "평결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피해자와 사건 합의를 위한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도요타 차량의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200여건의 집단소송과 500여건의 개인소송이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다수결 평결 방식인 주(州)법원과 달리 배심원단의 전원 합의가 필요한 연방법원에 가면 도요타가 패소할 가능성이 작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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