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까이 공석 상태인 검찰총장의 후보에 김진태 전 대검차장이 지명됐다. 김 후보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한보그룹 비리 사건 등을 수사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평가 받고 있다. 4명의 후보 중 가장 연장자이며 사법연수원 기수도 가장 높아 조직안정을 꾀할 수 있는 인물로 청와대가 판단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후보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낙마로 혼란에 빠진 검찰조직을 바로 세우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당장 국가정보원 수사를 놓고 불거진 외압 논란과 내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의 뒤에 따라 다니는 '김기춘 분신'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채 총장 사퇴 후 청와대 실세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인연을 들어 김 후보자의 차기 총장 내정설이 파다하게 퍼졌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4명의 후보자를 법무장관에게 추천한지 불과 사흘 만에 김 후보자가 청와대 지명을 받은 것도 이런 소문을 키우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는 지금 김 후보자가 과연 정치적 중립을 지켜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야당에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는 청와대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검찰총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해놓고 있다.
정권과 불협화음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진 채 총장의 석연찮은 사퇴와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의 경질로 지금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런 마당에 김 후보자가 청와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일이 벌어진다면 검찰은 '정치 검찰'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김 후보자는 국정원 댓글 수사와 공소 유지에 있어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것만이 흔들리는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청와대도 이번 인사가 검찰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의심을 받는 만큼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는 일체의 행위도 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