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차기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금까지 하마평에 한번도 오르지 않았던 의외의 인물을 발탁했다. 전문가 그룹을 깜짝 발탁하는 그 동안의 인사 스타일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차기 감사원장 후보에 황찬현(60)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명했고 보건복지부장관 후보로 국내 연금 분야 전문가인 문형표(57)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는 김종(52) 한양대 문화예술대학장을 각각 내정했다. 박 대통령은 또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으로 김소영(47) 숙명여대 교수를 임명했다.
부총리급에 해당하는 감사원장에 현직 지방법원장을 지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장은 법조계 인사 가운데 발탁하는 게 관행이긴 하지만 장관이나 대법관 등 고위 법조인이 주를 이뤘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황 내정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과 굿모닝 시티 사기분양 사건, 대우그룹 부실회계 감사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던 분으로 감사원장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사회적 명성이나 지명도 등과 무관하게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걸맞는 인사를 했다는 얘기다.
복지부 장관도 정치인이 유력하다는 예상을 깨고 KDI에서 연금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문 후보자가 발탁됐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을 곧바로 장관에 발탁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방하남(당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용노동부 장관과 윤진숙(당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어 세 번째다. 국책연구원 원장까지 합치면 연구원 출신 장관은 모두 7명이 된다.
김 문화부 제2차관 후보자 역시 실무형 전문가다. 프로야구단인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에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은 뒤 스포츠마케팅 분야 등을 개척한 김 후보자는 국내 첫 '스포츠경영학 박사'다.
이번 인사 역시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의 조각 인사와 마찬가지로 해당 분야 전문성에 중점을 둔'실무형 인사'로 볼 수 있다. 정치인이나 유력 명망가보다 법조인, 관료, 연구원 등 전문가를 선호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성향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특히 후보자 모두 대선 캠프와 직접적인 인연이 없고 인사 하마평에도 오르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뜻밖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 그룹 위주의 실무형 인사는 '일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지만, 달리 보면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국정 운영의 무게 중심이 더욱 청와대로 쏠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복잡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한 정무직에 잇따라 전문가를 기용하는 것은 대통령이 외치는 물론, 내치도 장악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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