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마포구가 수년간 예산과 공간을 지원해왔던 서교예술실험센터(이하 서교센터)를 올해 말 폐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술인과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예술공간을 함께 운영하는 모범 사례였던 서교센터의 갑작스러운 폐관 소식에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민관 공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홍익대 상권 한복판에 위치한 서교센터는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공공기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문화시설이다. 원래 마포구 서교동사무소였던 건물이 동사무소 통폐합으로 빈 공간이 되면서 2009년 6월 마포구가 무상 임대를 하고, 서울시가 예산 지원을 해 운영되는 창작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후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시 위탁을 받아 운영하다 올해 2월부터 서울문화재단 운영진 1명과 지역 문화예술인 6명이 참여하는 공동운영단이 발족돼 민관 공조체제로 전환됐다.
논란은 지난 7월 시작됐다. 무상임대 계약 만료(2014년 7월)를 1년 앞두고 서울시는 마포구에 향후 운영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했고, 마포구는 무상임대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동운영단에 전했다. 이후 공동운영단은 서울시와 마포구에 기존대로 운영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구청은 올해 12월 폐관하겠다고 통보했다. 마포구는 이 건물을 디자인과 공예 공방 등으로 용도 변경해 돈을 받고 임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센터의 폐관으로 예술가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했던 지하 1층~지상 2층 공간이 없어져 5년간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일군 문화적 인프라도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교센터에 따르면 지역 창작가들의 만남 공간인 '서교예술다방', 버스킹 공연을 하는 음악가들을 위한 열린 무대 '서교의 뜰', 독립 예술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작은 예술지원사업' 등 공간적, 경제적 인프라 8개 이상이 갈 곳을 잃는다.
정문식(41ㆍ인디밴드 '더문' 보컬) 공동운영단 위원은 "지역 문화발전이 시와 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인데 수년간 힘들게 쌓아온 공공 인프라를 파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 공간마저 사라지면 이 지역에는 상업시설들만 난무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던 독립예술 생태계가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서교센터 폐관 사태가 단지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현재 행정기관들은 지역 예술인들이 수년간 만든 문화적 자산을 단순한 건물로 인식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형식적으로만 민관 거버넌스(governanceㆍ협치)를 외칠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실행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마포구 관계자는 "운영주체가 바뀌고 무상임대는 안 되겠지만 문화예술 관련 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센터를 폐관하는 것이 아니라 구 산하의 마포문화재단에서 이 공간을 문화시설로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운영단이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구에서도 고심 중"이라고 해명했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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