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부산경남세관본부와 부산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전날 피감 기관 간부들과 술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들의 식사 값은 국회 예산으로 처리했다지만 피감 기관의 잘잘못을 엄중히 따져야 할 국감을 앞두고 만찬을 함께 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4일 대구에서 국감 일정을 마치고 부산을 찾은 기재위 소속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오후 7시30분쯤 부산 해운대 한 유명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만찬에 참석한 의원은 강길부, 나성린, 김광림, 류성걸, 서병수, 윤진식, 이한성(이상 새누리당), 문재인, 윤호중, 이인영, 조정식, 최재성, 홍종학(민주당), 박원석(정의당) 의원 등 14명이다. 대구ㆍ부산 지역 국감에 나선 기재위 1반 소속 의원들 가운데는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만 참석하지 않았다.
피감 기관에서는 이승호 부산국세청장과 차두삼 부산경남세관본부장, 이전환 국세청 차장, 천홍욱 관세청 차장이 직원들과 함께 참석했다. 부산국세청과 세관은 국감 때마다 번갈아 식사 자리를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만찬은 부산세관에서 주관했다.
모두 60여명이 참석한 이날 만찬은 반주를 곁들여 1시간 30분 가량 이어졌으며, 비용은 수백만 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오 국회 기재위 행정실장은 "의원과 보좌진 등의 식사 값은 국회 예산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국회 직원으로부터 카드를 건네 받아 150만원 정도를 계산했고, 세관과 국세청 직원의 식사 비용은 외상으로 남겼다"고 말했다.
기재위나 국세청, 세관 측은 피감 기관의 일방적인 '접대'가 아니라 비용을 분담한 것이어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세관 관계자는 "의원들이 부산에 왔는데 모른 척 가만 있을 수 없어 안내를 하는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도 "술은 막걸리 한두 잔 정도만 마셨고 2차를 간 것도 아니어서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병수 의원 역시 "상임위 활동을 하며 알고 지내는 간부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고 국감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 측은 "대구에서 함께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해 어디로 가는지도, 그 자리에 누가 참석하는지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진호 국회 윤리특위 수석전문위원은 "국감을 앞둔 상황에서 피감 기관과 식사를 한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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