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땅' 그린란드에 개발의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면적의 85% 이상을 거대한 얼음덩이가 덮고 있는 그린란드는 그 안에 무궁무진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었지만 지리적 고립과 열악한 인프라로 인해 개발이 어려웠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땅을 덮고 있던 만년얼음층이 녹아내리고, 새로운 항로가 개척되면서 접근이 용이해졌다. 세계적인 자원전쟁 속 이곳에 눈독 들인 나라들이 몰려들었고, 청정의 땅 그린란드는 결국 거대 자본의 회유에 넘어가 개발을 허락하고 말았다.
그린란드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자원개발을 허가하는 한편 우라늄과 채광 금지를 해제했다. 영국 런던마이닝사가 그린란드로부터 수도 누크에서 북동쪽 150km 떨어진 이수아(ISUA) 지역의 노천 철광석 광산을 30년 간 채굴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아 연간 1,500만 톤의 철광석을 캐낼 수 있게 됐다고 B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그린란드는 이 대가로 향후 15년간 법인세 등 총 285억 크로네(약 6조3,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한해 예산의 절반 이상을 덴마크로부터 교부 받는 그린란드에게는 큰 금액이다. 가디언은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2009년 독립 후 크게 늘어난 복지와 일자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채굴권 협상에 매우 호의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린란드 의회도 이날 표결을 통해 1988년부터 이어져 온 우라늄과 희토류 개발금지를 해제하기로 했다. 그린란드 의회가 찬성 15, 반대 14의 1표 차로 통과시킨 법안으로 우라늄은 물론 풍력 터빈, 스마트폰,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 쓰이는 희토류까지 채굴할 수 있게 됐다.
알레카 하몬드 그린란드 총리는 표결 후 "이제 우라늄 개발에 대한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철회할 때가 됐다"며 "그린란드는 최소 세계 10위권 내 우라늄 수출국이 될 것"이라 말했다. '무관용 원칙'은 사소한 위법행위도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금지ㆍ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덴마크 편입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린란드의 환경보호 정책의 근간이다.
하지만 실제 개발이 시작되려면 덴마크와의 외교적 문제, 환경단체의 극렬한 반대 등을 넘어야 한다. 로이터 통신은 "덴마크가 국방과 안보 등에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의 채굴 결정은 다시 덴마크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린란드 의회의 우라늄 개발금지 해제 결정이 정해지자, 덴마크 통상ㆍ유럽문제 담당 장관은 곧바로 "우라늄을 채굴하고 수출하는 구체적인 행위는 덴마크의 외교 국방 보안 정책과도 연결된 문제"라며 개입 의사를 밝혔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아직 덴마크에게 국방과 외교부문을 위임하고 있는 반쪽 국가다.
그린란드의 빙상이 다 녹아 내리면 지구의 해수면이 6,7m 높아져 세계 주요 도시의 3분의 2가 물에 잠긴다고 해서 지구온난화의 바로미터로 여겨왔던 곳이다. 현지 주민의 대부분이 이누이트족으로 아직도 개썰매를 몰고 바다표범과 고래를 사냥하는 등 원시 문화를 지키고 있는 순수의 땅이기도 하다. 그린란드를 주시해온 세계 환경단체들은 극지대 자원개발과 북극항로 개발이 지구의 마지막 청정지대 생태계마저 파괴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가디언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수아 철광석 채굴에는 중국인 근로자 3,000명이 고용될 계획"이라며 "그린란드 전체 인구(5만 7,000명)의 5%나 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유입될 경우 예상치 못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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