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뚝심이 무섭다. 거침없는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두산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ㆍ7전4선승제) 2차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13회말 터진 4번 오재일의 결승 솔로 홈런에 힘입어 5-1로 승리했다. 오재일은 리그 최고 마무리 '끝판왕' 오승환의 초구 직구(151㎞)를 잡아당겨 비거리 120m짜리 우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생애 첫 KS 홈런이자 포스트시즌 첫 대포. 오재일은 KS 2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두산은 전날(7-2)에 이어 이틀 연속 사자 군단을 제압하고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30번의 KS 중 1,2차전을 가져간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16번 가운데 15번. KS 우승 확률은 무려 93.8%다. 지난 2007년에만 두산이 SK에 먼저 2연승 하고도 4연패를 당하며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올해는 두산의 투타 전력이 점차 짜임새를 갖추면서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두산과 삼성은 27일 잠실로 이동해 낮 2시부터 KS 3차전을 치른다.
단 한 방으로 승부가 갈렸다. 오승환의 구위에 눌려 이렇다 할 찬스조차 만들지 못하던 두산은 오재일이 구세주로 나섰다. 오승환은 1-1로 맞선 9회 1사부터 마운드에 올라 연장 13회 1사까지 무안타 8삼진 무실점으로 퍼펙트 피칭을 했다. 특히 9회 2사부터 연장 11회 2사까지는 6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두산 2번 임재철-3번 김현수-4번 오재일-5번 홍성흔-6번 김재호-7번 오재원은 시속 150㎞ 안팎으로 형성된 직구, 최고 시속 146㎞의 커터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6타자 연속 삼진은 KS 최다 연속 타자 삼진 타이 기록이었다. SK 왼손 김광현이 2010년 KS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신기록을 쓴 적이 있다. 포스트시즌 이 부문 신기록의 보유자는 1989년 태평양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8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한 선동열(해태) KIA 감독.
하지만 던져도 너무 많이 던졌다. 리그에서 구위가 가장 뛰어난 오승환이라 해도 투구수가 많아질수록 구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53번째 공이 문제였다. 연장 13회초 김현수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4번 오재일을 상대했지만 초구에 던진 공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결승포를 얻어 맞고 말았다. 오재일은 앞선 타석(연장 10회)에서 한 가운데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다음 타석에서 바로 설욕에 성공했다.
두산은 오재일 홈런 이후 사이드암 심창민을 두들겨 3점을 더 달아났다. 5번 대타 양의지의 중전 안타, 6번 김재호의 볼넷으로 1사 1ㆍ2루 찬스를 잡았고 1루수 채태인의 실책으로 1점을 뽑았다. 계속된 2사 2ㆍ3루에서는 9번 손시헌이 2타점짜리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이에 반해 삼성은 믿었던 6번 이승엽이 번번이 범타로 물러나며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이승엽은 1-1이던 8회 1사 1ㆍ2루, 연장 10회 1사 만루에서 모두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이날 성적은 5타수 무안타. 쉽게 풀릴 수도 있던 경기가 이승엽의 침묵과 함께 패배로 연결됐다.
한편 양 팀은 5시간32분 간 경기를 벌이며 포스트시즌 최장시간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5시간15분이다. 2006년 10월28일 KS 5차전에서 삼성과 한화가 5시간 넘게 혈투를 치렀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