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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10월 26일] '사업가' 한계 넘어야 기업이 산다

입력
2013.10.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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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지나간다. 2014년 달력이 나오고 기업들에선 내년도 사업계획을 만드느라 밤샘작업이 한창이다. 내년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 변수로 거시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 보다 높다. 내수부진의 긴 터널은 끝이 안보이고 기업 자금사정 악화로 신용경색 리스크는 불안감을 더해준다. 선진국을 제외한 신흥시장 수출은 위축되고 환율상승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여건에서 기업들을 짓누르고 있는 저성장 기조를 바꿀만한 모멘텀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 청사진을 그리기가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신성장동력 발굴 보다 각종 외부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더욱이 올 한 해 거세게 몰아친 경제민주화 바람은 기업들을 본업에만 집중할 수 없게 했다. 각종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했던 기업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공세를 우려해 벌써 몸을 움츠린 채 불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들이 언제 위기가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던가.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불황과 경제위기의 연속선상에서 우리 기업들은 저력을 발휘해 난국을 헤쳐갔고 빠른 성장과 높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들의 체력이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전반적인 경영실적이 내년에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바로 위기로 치닫고 있는 현주소이다.

기업들이 고갈된 체력의 재충전을 위해선 갑갑해도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최선이다. 100년 전 조지프 슘페터는 저서 에서 경제위기와 불황은 혁신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렇게 극복해야만 기업과 자본주의 경제가 지속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창조적 파괴'라는 단어가 오늘날에도 회자되고 있는 것은 바로 혁신의 중요성 때문이다. 기업가는 혁신을 수행하고 그 혁신을 추구하는 정신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들은 과연 요즘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슘페터는 기업가(entrepreneur)와 사업가(businessman)를 분명히 구분했다. 기업가는 혁신을 추구하며 성장을 일구는 사람이고, 사업가는 혁신을 모방하는 사람이다. 그는 기업가의 혁신을 사업가들이 모방하면서 혁신의 효과가 확산되고 경기는 호황을 누린다고 봤다. 그러나 모든 사업가들이 혁신을 모방하면 혁신의 효과는 고갈돼 경기가 후퇴하는 것이 시장원리이다. 이는 바로 오늘날 우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의 위기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치ㆍ사회적 리스크도 크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혁신과 성장의 고갈에 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업이 더 이상 사업가가 아닌 기업가로서 우뚝 서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며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는 사업가로 머문다면 위기는 경영활동에 상수로 작용한다. 그것이 창조경제가 되든 창조적 파괴이든 끊임없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찾아내고 성장을 일구는 기업가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이다.

혁신의 필요성을 부르짖으면서 이를 행동의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미루는 행태는 더 심각한 위기불감증을 야기한다. 또 혁신이 힘겨워 이룰 수 없다면 혁신을 모방할 만한 기업가정신이 필요한데 우리 기업 중에 그만한 롤 모델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 위기의 심각성을 더 해 준다.

규제와 간섭은 기업의 의욕과 역동성을 가로막는 장애임에 분명하다. 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게 경제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도 자성해야 한다. 최근 방한한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의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면서 정부와 정치권, 기업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지만 기업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반드시 이뤄야 할 일은 바로 혁신이고 성장이다."

장학만 논설위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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