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신임 감사원장으로 내정된 황찬현(60ㆍ사법연수원 12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법관 생활 절반 이상을 형사재판을 담당했다. 특히 2002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 및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굿모닝 시티 사건, 대우그룹 부실회계감사 사건 등을 맡아 처리했다. 특히 유영철 사건 심리 당시 기소된 21건의 살인 혐의 중 유일하게 무죄를 선고한 사건의 진범이 다른 사람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날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던 분으로 감사원장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그간 감사원장은 대법관이나 장관, 명망 있는 변호사 출신이 주로 맡아 와 현직 법원장의 발탁은 법조계에서도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양건 전 원장의 사퇴 이후 두 달 가량 수장 공백상태였고 4대강 사업 감사를 둘러싼 잡음으로 감사원 조직이 내홍과 외풍에 시달렸던 만큼 황 후보자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후배 법관들은 황 후보자에 대해 "다소 보수적이고 직선적인 성격" "선이 굵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법원에서 손꼽히는 정보기술(IT) 전문가로, 1996년 정보법학회 출범을 주도했고 법원의 등기전산화에 기여해 2008년 황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황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문회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청와대에서) 상당히 장기간 검증했다"며 국회 청문회 과정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병역 문제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역 입영대상자였다가 재신검을 통해 근시를 이유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 황 후보자는 이에 대해 "작년 대법원에서 소명을 요구해 관련 기록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디스크 병력과 함께 지난해 11월 어깨 수술을 받는 등 건강과 관련해서는 "어깨도 다 나았고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김황식 전 원장 등 때와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논란도 제기될 전망이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현직 법관을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사"라며 "향후 법관들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감사원장 자리에는 대법관 출신 인사들이 갈 때도 삼권분립 원칙이 흐려진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현직 법원장이 발탁돼 더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산ㆍ서울대 법대 ▦법원행정처 전산담당관 ▦대전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부인 임미자씨와 1남2녀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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