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탈원전' 주장을 반박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최근 원전 반대 발언을 쏟아내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아베 총리는 24일 아사히TV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탈원전은) 고이즈미씨의 생각 중 하나"라고 전제한 뒤 "1년에 4조엔(약 43조원) 가까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큰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화력 발전을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이 급증한 현실을 고이즈미 전 총리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비판은 민주당, 사민당, 공산당 등 탈원전을 주장하는 야당이 고이즈미 전 총리와 정치적 연계를 시도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속셈도 있다.
2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 사민당 대표가 "고이즈미 전 총리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마저 탈원전을 주장하고 있다"고 발언해 아베 총리를 궁지로 몰았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최근 강연회와 신문 기고 등을 통해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도 없이 원전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탈원전을 주장하게 된 경위 등을 담은 책을 연내 출간키로 하는 등 아베 총리의 원전 재가동론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일본에 원전이 도입되기 이전인 1960년 저술한 이라는 책을 다시 내기로 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가 과학기술청 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 펴낸 이 책은 원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나카소네의 책 출간은 궁지에 몰린 아베의 구원투수"라며 "재임 시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아베의 정치적 스승으로 꼽혀온 두 전직 총리의 출판 대결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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