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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4년천하 끝 기로에 선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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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4년천하 끝 기로에 선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

입력
2013.10.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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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미국 CNBC 방송의 릭 샌텔리 기자가 파산 위기에 처한 주택구입자에 대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지원 방침을 맹비난하며 '시카고 티파티'를 열겠다고 선언했을 때 파국적 여야 대립으로 마비된 지금의 미국 정치판을 예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1773년 식민모국 영국에 대한 조세저항운동의 진원이었던 보스턴 티파티를 패러디한 샌텔리의 선언을 기점으로 미국 전역에 보수 시민조직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났고 티파티는 곧 새로운 풀뿌리 보수정치 운동의 이름이 됐다.

티파티는 초반에는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금융권 지원책, 이후에는 오바마의 역점사업인 건강보험 개혁정책을 투쟁 대상으로 삼고 세를 넓혔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압승을 이끌며 절정의 영향력을 과시한 이들은 그러나 공화당의 극단적 우경화를 초래하는 세력으로 비판받기 시작했고 결국 미국을 셧다운(연방정부 폐쇄)시키고 디폴트(채무이행불능) 위기로 내모는데 앞장서며 스스로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선운동을 거론하며 당내 온건파와도 일전을 불사할 태세인 이 보수조직의 명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미국 정치사로 보든 오늘날 서구의 정치 지형으로 보든 티파티는 결코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다"라며 이들의 앞날을 넌지시 전망했다.

포린어페어스는 티파티를 두고 "미국사에서 뿌리 깊은, 자유주의 사상에 기반한 정치적 시민운동의 계보를 충실히 잇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1960년대에는 극단적 반공보수주의를 주창하며 무명의 보수논객 배리 골드워터를 1964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만든 존버치소사이어티가 활약했고, 1970년대 이후에는 종교적ㆍ도덕적 가치 회복을 주장하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정부로 이어지는 공화당 장기집권의 기반이 된 기독교 우파가 있었다. 대공황으로 도래한 미국 보수파의 암흑기였던 1930년대조차도 아메리칸리버티리그가 12만5,000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정책과 맹렬히 맞섰다.

오늘날 보수적 정치운동의 발흥은 미국을 넘어 서구사회 전반의 공통 현상이다. 티파티보다도 앞서 유럽 전역에서는 세금, 기업규제, 중앙정부 권한 강화, 복지체제 확대, 이민(특히 무슬림)에 반대하는 정파가 제도권 정치에서 급속히 세력을 키우고 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 영국의 독립당, 이탈리아의 북부동맹,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 핀란드의 진짜핀란드인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정당은 또한 반(反)유럽연합(EU) 대열을 이끌고 있다. 포린어페어스는 "유럽 보수정당은 EU를, 티파티는 연방정부를 평범한 시민들의 자유를 박탈하는 전제적 관료제로 본다는 점에서 양자의 관점은 똑같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티파티는, 여전히 소수정파에 머물러 있는 유럽 보수정당들과 달리, 미국 나아가 세계를 상대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차이를 포린어페어스는 양당제에 기반한 미국 정치제도를 들어 설명한다. 다당제 의회제도가 정착된 유럽에서 정당은 지지율에 부합하는 만큼의 의석을 얻게 된다. 다르게 보자면 기존 정당을 뛰어넘는 압도적 지지를 얻지 못한 정당은 야당으로 남거나 기껏해야 자신들과 철학이 다른 다수당이 지배하는 연립정부의 말석을 얻게 된다.

반면 민주-공화당이 정치적 지분을 양분한 미국의 시민조직은 양당 중 한 곳과 제휴해 엄청난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상대당 지지층이나 부동층을 끌어들이는 수고는커녕 우당(友黨)에서조차 다수의 지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지원한 후보들을 성공적으로 의회에 입성시키거나, 혐오하는 후보를 떨어뜨리는 능력을 보여주면 족하다. 미국을 디폴트 벼랑에 몰고 간 티파티 소속 하원의원은 하원(435명)의 10%, 공화당 의원(232명)의 19%인 45명에 불과하고, 미국민의 티파티 지지도는 셧다운 사태 직전에도 22%에 지나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풀뿌리 정치조직이 제도권 정치에 진입했다가 정체성을 잃고 결국 거대한 정치적 부침 속에 몰락하는 일이 미국 정치사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아메리칸리버티리그는 설립 2년 뒤 루스벨트가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와해됐고, 존버치소사이어티 역시 대선후보로 세운 골드워터가 린든 존슨에게 완패하면서 급격히 세가 꺾였다. 티파티 역시 '정치로 흥했다가 정치로 망하는' 미국 시민 정치조직의 공통된 운명을 따르게 될까. 테다 스카치폴 하버드대 교수는 이런 조짐을 감지하며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티파티 운동을 주도한 지역의 풀뿌리 조직은 2010년 중간선거 이후 언론이나 시민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반면, 티파티 운동의 열정에 정치적으로 편승한 중앙정계의 이익집단과 폭스뉴스 등 보수 언론매체가 사실상 티파티를 대변하는 조직이 됐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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